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한 LED 미디어아트를 선보인 양정웅 총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유인촌·박해수가 각각 연기한 인간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의 여정이 200여개 LED 패널로 구성한 대형 스크린 속 초현실적 영상미술과 어우러졌다. 무대 뒤에 마련한 실시간 영상 송출 세트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볼 수 있는 XR(확장 현실) 장면도 등장했다.
양정웅 연출은 “연극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게 출발점이었다”면서 “연극에선 첫 시도인 만큼 모자란 점이 있었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LED를 활용한 영상 배경은 콘서트·무용·음악 공연 무대에선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뮤지컬계에선 판타지 작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바닥·벽면·천장까지 3면을 1380장의 LED 패널로 채웠다. 이를 통해 테니스 치는 장면에선 마주 선 인물들의 모습을 교차하며 영화같은 편집 효과를 보여준다.
올해 4번째 시즌을 맞은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은 7개 지옥 관문과 저승차사들의 초능력을 바닥 및 간판 형태 LED패널과 원형띠를 두른 입체적 무대·조명 연출로 표현해냈다. 2015년 초연부터 이 작품에 참여한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가 당시 국내 창작 뮤지컬에선 생소했던 LED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며,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정 디자이너는 “선명한 효과가 가능한 LED를 바닥에 깔았다. 장비 대여료가 서너배 비싸고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맞춰보며 아이디어를 낸 LED 효과가 호응을 얻었다”고 돌이켰다.
가수 박효신 등이 주연을 맡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토벤’처럼 극 중 시대 및 공간 배경을 LED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작품과 LED 영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단순 배경으로 남용돼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종원 순천향대(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 3D 이미지를 쓰는 등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LED를 써서 ‘LED 잔치’ 같은 작품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 LED도 스토리텔링의 도구란 인식을 가질 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