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된 포탄이 표적을 명중하자 18개국 외교단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에 실전 배치된 국산 무기를 살펴보기 위해 모인 각국 주한 대사 등 외교단은 전투 사격 훈련을 참관하며 연신 박수를 쳤다. 이들은 모두 'K-방산'의 잠재적 고객들이다.
31대 동원 실제 사격
정부가 주한외교사절을 군 부대로 초청해 실제 전투 사격 훈련 참관과 장비 전시 관람, 차량 장비 체험(시승) 등 국산 무기 홍보만을 위한 행사를 별도로 연 건 이날이 사실상 처음이다. 현장에는 외교부, 국방부 당국자 뿐 아니라 방산 업계 관계자들도 다수 자리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우리 전차와 자주포 등은 세계로 수출돼 글로벌 안보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무기체계에 관심이 있을 경우 알려주면 유관기관을 소개하겠다"며 '글로벌 영업사원'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직접 보고 타는 '세일즈'
K9자주포 관련 설명을 듣던 캐서린 제인 레이퍼 주한호주대사는 "K9A1의 승무원 숫자를 다섯 명에서 더 줄일 수 있는 새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고, 군 관계자는 "K9A2를 개발하고 있고, 승무원 감축을 전망하고 있다"며 막힘 없이 답했다.
외교단은 K2 전차 등에 직접 올라타 보기도 했다. K2 전차는 한국 독자 기술로 완성한 세계 최고의 '3.5세대' 전차로 평가되며, 최근 폴란드 수출에 성공했다. 구스타브 슬라메취카 주한 체코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여러 분쟁으로 갈수록 위험해지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며 "체코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고성능 무기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을 잠재적 공급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티아스 프랑케 주한 칠레 대사도 "직접 시승할 기회도 얻었고 초청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외교단이 한국 무기 체계에 많은 관심을 표했고 한국 무기의 우수성을 체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출 잭팟' K-방산 강세
우크라이나로 자국 무기를 보낸 유럽 국가들이 전력 공백을 메우고 옛 소련제 무기를 서방제로 대체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를 찾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CNN은 "한국은 이미 방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18~2022년 통계로는 세계 9위의 방산 수출국인데,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은 4위 국가를 목표하고 있다.
K-방산의 강세는 정부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 기조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올해 방위산업 수출액을 200억 달러(약 26조 2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방산 수출액 173억 달러(약 22조 8000억원)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기존의 유럽, 중동을 넘어 동남아 등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K-방산'의 수출 영토 확대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 등 유럽 방산 강국들이 재무장을 완료하고 국제 방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향후 3~4년간 미국, 인도, 유럽 국가의 방산시장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연간 약 5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필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