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는 음원 차트에서 힘을 내고 있다. 역시 4세대 걸그룹인 뉴진스는 올해 1월 2일 발표한 ‘디토’(Ditto)로 국내 최대 음원플랫폼 멜론에서 99일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자리를 아이브가 이어 받았다. 지난달 10일 발매한 정규 1집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의 타이틀곡 ‘아이 엠’(I AM)과 선공개곡 ‘키치’(Kitsch)가 멜론에서 8일까지 약 한 달 간 차트 1·2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4세대 걸그룹은 섹시 콘셉트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 걸그룹과 차별화된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아이브 역시 나르시시즘(자기애)을 소재 삼아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지자’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노래한다. ‘일레븐’(ELEVEN),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로 이어지는 세 싱글 곡이 연애에 빠진 자아를 얘기했다면 이번 타이틀 곡 ‘아이 엠’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체에 집중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주로 무대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걸그룹에게는 걸크러쉬나 당당한 콘셉트가 더 잘 맞는다. 굳이 섹시 콘셉트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옭아맬 필요가 없어졌다”고 짚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걸그룹 팬층이 과거엔 남성 위주였다면 요즘엔 여성 팬층도 두터워졌다”며 “아이돌의 콘셉트는 주 소비층인 팬들의 성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성적인 어필을 담은 메시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 온 에스파는 이번 미니 3집 ‘마이 월드’에서 현실로의 복귀를 택했다. 이전 ‘광야’라는 가상세계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이번 앨범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이후 SM의 첫 프로젝트인만큼 기존 세계관에서 빠져나와 자유롭고 색다른 느낌을 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파는 그러면서도 가상 세계를 완전히 떨쳐 버리지는 않은 모습이다. 가상세계 ‘블랙 맘바’와의 전투에서 멤버들을 도왔던 가상 인간 ‘나이비스’가 수록곡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멤버 카리나는 “이번 음반 이후 세계관 시즌3가 나올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데뷔 1년도 되지 않은 뉴진스는 공식 활동 종료 이후에도 꾸준히 음원 차트 순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정민재 평론가는 “10대, 그 나이대 친구들의 생각과 꾸밈새를 그대로 보여주는 팀이 뉴진스 외엔 없다보니 젊은 세대는 열렬히 반응하고 기성 세대는 향수와 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