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승자 없는 전쟁’만 치러
경제 외적 요인 탓에 인접국인데도 교역 비중 4위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2018년 41.9%에서 2022년 7.7%로 급감한 반면, 대중국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52%에서 80.1%로 급증했다. 포토레지스트는 기존 일본 거래선의 벨기에 소재 합작법인으로부터 우회 조달했다. 먼 길을 돌아 수입해야 하니 벨기에산 수입단가는 일본산의 5.4배에 달했다. 일본은 한국 시장을 잃고 한국은 더 큰 비용을 치렀다. 양국 모두에 ‘자해극’이자 ‘승자 없는 전쟁’이었다. 반면에 중국·대만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연이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양국 정상은 그제 반도체 공조 강화를 선언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소재 부문 시장점유율은 2021년 24%로 세계 1위다. 일본과의 분업은 우리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반도체뿐 아니라 양국 간 무역을 더 키울 여지가 있다. 일본과의 교역은 2000년 15.7%(2위)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에는 베트남(6.2%)보다 낮은 6%(4위)를 기록했다. 양국 경제 규모와 지리적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외적 요인으로 인해 교역이 부진했다. 프랑스는 인접국인 독일(14.2%)·벨기에(9.8%)와, 미국도 인접국인 캐나다(14.9%)·멕시코(14.7%)와 교역 비중이 높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우주·양자·인공지능(AI)·바이오·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라는 양국 공통의 고민 해결에도 머리를 맞댈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12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셔틀외교’ 복원을 환영했다. 이젠 경제 외적인 굴레를 넘어섰으면 하는 바람이 기업인들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한·일 경제협력 확대로 양국의 미래세대가 더 큰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