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선 7월부터 술을 한 방울도 마실 수 없게 된다. 원래 이 공원은 ‘회(膾)크닉’(생선회+피크닉) 명소다. 광안대교 야경을 배경 삼아 공원 건너편 민락회타운에서 신선한 횟감을 1㎏당 2만원대 부담 없는 가격에 포장해와 먹을 수 있어서다. 광안리해수욕장도 지척이다.
민락수변공원은 과거엔 주로 중장년층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았다. 그러다 2016년쯤 SNS를 통해 ‘즉석 만남’ 장소로 주목받으면서 젊은 층도 몰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에도 한해 3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았다.
구(區) 전체 쓰레기발생량의 60% 차지
결국 수영구는 금주 공원 지정이란 칼을 빼 들었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보단 술판으로 인한 도시 이미지 훼손이 더 심각하단 판단이다. 이에 7월부터 술을 먹다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키로 했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쓰레기 투기 등 무질서가 도를 넘었다”며 “음주 행위를 제한할 뿐 공원에 방문하거나 음식을 먹는 건 가능하다. 술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술 한 방울 허용 안 되는 공원들
서울 중랑구는 지난달 면목역광장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침을 세웠다. 다음 달까지 주민 의견을 듣고 결정하게 된다. 2006년 조성된 면목역광장은 지역의 대표 문화복합공간이다. 하지만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점차 야외 음주공간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도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음주에 따른 소음ㆍ소란 등 민원피해가 잇따르자 중랑구는 금주구역이란 강수를 뒀다.
강원 원주시는 이달 지역 내 도시공원과 어린이 놀이 시설 등 89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서 경남 김해시도 지난해 12월 142곳을 바꿔놨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특정 야외 공간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근거는 2020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다. 개정안엔 음주 폐해를 막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당근 안 먹히자 강수 둬
한강공원은 반대 여론…서울시 “조례 개정부터”
조례가 개정되면 한강공원이 금주구역에 포함될 지 관심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금주 조처가 필요하단 여론이 제기된 적 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방역망을 피해 한강공원에서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음 편히 맥주 한잔하지도 못하냐’ 등 반대여론도 비등하다. 시민 설득이 관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을 포함해 아직 어떤 장소도 금주구역으로의 지정을 정식 검토한 적이 없다”며 “조례 개정 작업부터 마친 뒤 (특정 공원 등) 금주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