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에 따르면 윌리엄 부부는 이날 낮 런던의 지하철 엘리자베스선을 타고 소호의 ‘도그 앤 덕’ 펍에 들렀다. 런던 시민들의 통근 수단인 지하철을 이용하고, 대중적 장소인 펍을 방문하며 왕실 일가의 친서민적인 면모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술집에서 윌리엄 왕세자는 ‘킹 메이커’라는 생맥주를 직접 추출한 뒤 “모두가 편안한 펍에선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다. 최고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노타이 복장의 편안한 차림새였고, 미들턴 왕세자비는 모자 없이 붉은 원피스를 입은 채였다. 보안을 위해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긴 했지만 이들 부부는 몰려드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관식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만큼 영국 경찰은 군주제에 반대하는 이들의 기습 시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작년 찰스3세가 국왕으로 선포됐을 때 그의 앞에서 야유를 보내다 체포됐던 사이먼 힐은 BBC에 “누가 찰스를 왕으로 선출했느냐”면서 “대관식 날에도 그들은 아마 나를 체포하려 하겠지만, 항의를 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2일에는 버킹엄 궁전 밖에서 사제 폭탄을 들고 있던 59세 남성이 체포됐다. 경찰은 “왕실을 겨냥한 테러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주제 시위와 관련, 톰 투겐트하트 영국 안보부 장관은 “누구라도 항의할 자유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방해할 자유는 없다”며 경고했다. 경찰도 “대관식을 방해하는 그 어떤 세력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벨리즈·자메이카선 “영연방 탈퇴할 수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찰스3세의 대관식을 앞두고 영연방 탈퇴를 준비 중인 중남미의 벨리즈를 상세히 조명했다. 벨리즈의 중도 좌파 성향 조니 브리세뇨 총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영연방을 탈퇴한 바베이도스의 뒤를 잇는 게 벨리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직접 밝혔다. 앞서 바베이도스는 2021년 공화국으로 전환하면서 396년 만에 영국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브리세뇨 총리는 대관식에 대해선 “우리는 영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국 국기를 든 인파를 벨리즈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벨리즈는 고급 가구에 쓰이는 마호가니 벌목 농장에서 노예 노동이 성행했던 곳이다. 이번 대관식에 브리세뇨 총리는 참석하지 않는다. 월요일인 8일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국왕을 국가 원수로 삼는 중남미의 자메이카·앤티가바부다도 몇 년 내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영국·솔로몬제도를 제외한 영연방 12곳의 공화주의자들은 4일 “찰스3세가 대관식에서 영국의 원주민 집단 학살과 끔찍한 식민지 잔재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공화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6일 대관식에 참석해 찰스3세에게 충성 서약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의식한 찰스3세가 지난 2일 앨버니지 총리를 면담하며 “우리 부부가 호주에 가면 환영 받을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앨버니지 총리는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총리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찰스3세에게 충성 서약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