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선발전을 통해 각자 10여명씩 한ㆍ일전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했다. 11월 26일 열린 한ㆍ일전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섞여 뛰어 5:3으로 일본에 승리했다. 그러나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 선수단은 여당 일색이 될 전망이다. 의원 축구연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연맹 부회장인 김영진 의원과 김승남 의원 등 두 사람만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의당에선 류호정 의원이 선수로 뛸 예정이다.
민주당이 축구대회에 대거 불참하는 건 최근 당이 한ㆍ일 외교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해온 흐름과 맞닿아있다. 앞서 민주당은 3월 한ㆍ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제3자 배상안’을 내놓자 이를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직접 참석해 제3자 배상안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맹공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삭발투쟁까지 벌였다. 4월에는 위성곤 의원을 단장으로 내세운 당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이 일본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했다. 축구연맹 소속인 위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후쿠시마 방문 당시 한ㆍ일 의원연맹을 통해 면담요청도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축구대회에 참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수로 뛰었던 임오경 의원도 통화에서 “대일 굴욕외교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고, 7~8일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 당에선 대부분 안 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이자 한ㆍ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의원은 다음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김대중-오부치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1998년 이뤄진 ‘한ㆍ일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6월 3일 와세다 대학에서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한·일의원연맹과 공동주최하는데 내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