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는 ‘가족 영화’다. 하지만 훈훈함 같은 건 없다. 외려 가족을 조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고의 컷은 기일 날 저녁 어머니(키키 키린·사진)와 차남(아베 히로시)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차남이 “(청년을) 이제 그만 부르자”고 하자 어머니가 되묻는다. “왜 그래야 해?” “왠지 불쌍해서요. 우리 보는 거 괴로워하는 거 같고.” “그래서 부르는 거야. 겨우 10년 정도로 잊으면 곤란해.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그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을 준다고 해서 벌 받지 않아. 내년, 내후년에도 오게 만들 거야.”
영화에는 서로에게 ‘고집불통’이 돼버리는 부자(父子)의 뒤엉킨 감정도 울컥울컥 불거진다. 실업자인 차남은 죽은 형과 자신을 비교하는 아버지가 넌더리 난다. “형도 살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사람이란 게 다 그래요.” 독한 말들이 오고 가지만 식사 땐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앉는다.
가정의 달이다. 가족은 어쩌면 유일하게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다. 끔찍한 사랑인 동시에 부담이고, 한없는 기쁨이자 좌절인, 가족 참 어렵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