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서" 어린이들 그냥 참았다…마스크 못 벗자 벌어진 일

중앙일보

입력 2023.05.04 09:55

수정 2023.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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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지난 1월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수업받고 있다. 공동취재

 
학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지만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10명 중 7명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과 서울지부 초등위원회는 지난달 15∼29일 온라인에서 전국 초등학생 4∼6학년 17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0.2%가 학교에서 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의 절반 이상(53.0%)은 마스크를 쓰는 가장 큰 이유로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해서’를 꼽았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19.5%)라거나 ‘내 얼굴을 친구들이 보는 게 불편해서’(10.9%)라고 답한 어린이도 많았다.


전교조는 어린이들이 원격 수업 장기화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기를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유아기를 보낸 1∼2학년의 경우 서로의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갈등 상황에서 ‘그냥 참는다’(24.4%), ‘말하지 않는다’(10.5%) 등 회피형 행동을 한 경우는 34.9%로, ‘대화를 시도한다’(29.5%)는 대답보다 많았다.
 
어린이들이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53.5%)였다. 친구는 31.5%였으며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12.4%에 달했다.
 
교사를 택한 어린이는 2.2%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사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응답한 어린이의 절반 이상(51.3%)은 학교에서 가장 고민되는 것으로 ‘공부’를 꼽았다. 친구와의 관계는 21.4%였다.
 
코로나19 시기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친구들과 직접 만나 노는 시간이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어린이들은 코로나19 기간 ‘게임 하는 시간’(38.1%), ‘유튜브 등 영상 보는 시간’(34.8%), ‘학원 가는 시간’(24.3%)이 늘었다고 답했다.
 
반면 ‘친구들과 노는 시간’(50.8%), ‘책 읽는 시간’(33.2%), ‘음악·미술·운동하는 시간’(26.7%) 등이 줄었다고 했다.
 
전교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 회복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업무 정상화를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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