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던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일 중앙일보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9월과 달리 지난주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선 시내 한복판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대형 건설현장에 투입돼 작업하고 있었다"며 "이들 북한 노동자들은 10명 내외로 팀을 꾸려 현장 인근에서 합숙하며 단체 노동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건설현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올 초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선 상업시설 신축 붐이 일었는데 이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엔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저층부에서 작업하고 있던 반면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부에서 최소한의 안전 장구도 없이 철근 작업 등을 하고 있다. 강 교수는 "현지에선 이를 놓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작업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가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등장해 공개적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건 최근 일이라고 한다. 극심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핵ㆍ미일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북한 당국이 국가적으로 해외 노동자 외화벌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생활정보지에 노골적인 구직 광고까지 내며 다시 적극적인 외화벌이를 재개했다.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지도 않고, 동향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데다, 중국ㆍ동유럽 출신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많아 러시아 업체와 주민들이 선호한다"며 "북한 노동자들이 '속도전'으로 공사한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코로나 확산 전까지 북한이 중국 5만명과 러시아 3만명을 포함해 최소 10만명을 해외 노동자로 파견해 매년 약 5억 달러(약 671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전체 임금 중 10%가량만 받을 수 있고, 20%는 현지 관리 등에, 나머지 70%는 그대로 북한 당국에 흘러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구조는 이미 대통령실에도 보고됐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벌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2017년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한 데 이어, 2397호에선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0년 1월 북ㆍ러 국경을 봉쇄했고, 북한 노동자 상당수는 그대로 현지에 불법 체류하게 됐다.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극동 등지에선 이미 북한의 불법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없으면 사실상 산업활동이 중단될 정도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며 "특히 안보리 제재 이후 북한의 인력 송출이 제한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북한 당국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틈새를 이용해 해외 돈줄을 전방위로 관리하고 있다"며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주요 '캐시카우'로 떠오른 가상화폐 탈취에 대한 차단을 강화하면서 다변화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