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면 공시가격 2억원의 빌라는 보증 한도가 3억원에서 2억5200만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 떨어진 만큼 실질적인 보증 한도 하락은 더 크다.
주택임대사업자인 최모(43)씨는 서울 강서구에 전세보증금이 각각 2억8000만원인 신축 빌라 3세대를 갖고 있다. 2020년 세입자를 받았는데 2억8000만원은 당시 공시가(1억8700만원)의 150%다. 이 중 빌라 2세대의 전세계약이 7월이면 끝난다. 세입자 중 한 명이 이사를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최씨는 올해 공시가(1억8700만원)의 126%인 2억3500만원 내에서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임대인 입장에선 한 번에 전세금을 공시가의 24%만큼 낮춰야 한다. 그는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새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세입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5000만원은 신용대출로 빌려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3세대를 모두 합하면 1억5000만원이 필요한데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은 버티더라도 임대인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계속되면 손해가 불어날 것 같아 차라리 개인파산을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반전세로의 전환 등 시장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돌려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주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기간 중 주택을 양도할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된다.
아파트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시행으로 급등했던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올해 초부터 4월 26일까지 전세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동일 단지·동일 면적의 전세 계약이 2년 전 같은 기간에 한 건 이상 체결된 3만2022건의 최고 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이전 거래보다 가격이 내려간 ‘하락 거래’ 비중이 62%(1만9928건)로 나타났다. 하락 거래는 수도권 66%(1만9543건 중 1만2846건), 비수도권 57%(1만2479건 중 7082건)로 수도권 비중이 높았다. 시도별로는 대구(87.0%), 세종(78.4%), 대전(70.8%), 인천(70.5%), 부산(69.6%), 울산(68.2%), 경기(66.0%), 서울(64.2%)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