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9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수입액은 522억3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3.3% 줄었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줄면서 4월 한 달간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2000만 달러)부터 1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50억6000만 달러(약 33조6000억원)로 확대됐다. 다만 월간 적자 규모는 지난해 6월(-24억7000만 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1월(-125억2000만 달러)부터 꾸준히 개선되는 양상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1%)·디스플레이(-29.3%)·석유화학(-23.8%) 등의 수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15대 주요 수출품 가운데 12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단가 하락, 수요 부진 같은 악재가 켜켜이 쌓인 반도체 수출은 9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올 1~3월 1.81달러를 거쳐 4월엔 1.45달러까지 떨어졌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억4000만 달러 줄었는데, 이는 전체 수출 감소액(82억3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반면 '2위 품목'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40.3% 늘면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10개월 연속 증가이자, 1위 반도체와 수출액 차이가 2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중국(-26.5%)·아세안(ASEAN·-26.3%) 등으로의 수출이 계속 휘청였다. 중국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미진 등의 여파가 컸다.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의 대(對) 중국 수출도 31.8% 감소했다(4월 1~25일 기준). 이에 따라 대중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중 무역적자도 한 달 동안 22억7000만 달러 쌓였다. 두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도 4.4%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그나마 유럽연합(EU·9.9%)·중동(30.7%) 등이 수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정부는 '상저하고' 수출 전망 속에 유망 품목 발굴과 마케팅 확대 등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이차전지 등의 기술개발 투자 등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 내 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2~3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전선을 떠받치는 반도체·중국의 회복이 그리 빠르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장상식 실장은 "단기적인 대중 수출 확대 방안이 마땅치 않고, 반도체도 메모리 물량·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등 바닥을 찍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수출 모두 감소하면서 무역적자 폭이 점차 줄고 6~7월엔 흑자로 전환하지 않을까 했지만, 수출 부진으로 흑자 시점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반도체 업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 금리 인상 등 대외적 변수가 많아 하반기에 무조건 수출이 좋아진다고 낙관하긴 어렵다"면서 "정부가 기업 규제 개선·세제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내수 시장 부양도 챙겨야 한다. 적어도 상반기까진 저소득층·청년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등 한국 경제가 버틸 힘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