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첫 프리폴 쇼
이번 쇼는 루이 비통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행사다. 프리폴 컬렉션을 처음으로 대형 패션쇼로 보여주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루이 비통이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여는 최초의 패션쇼가 된다. 2019년 쇼는 같은 해 5월 미국 뉴욕에서 먼저 한 쇼를 그대로 가져와 재현한 로컬 쇼였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프리폴 컬렉션을 처음 보여주는 행사인만큼, 행사 무대인 ‘한국’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해외 소비자의 공감대와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과 협업했다. 황 감독은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Creative Advisor)로 이번 쇼의 콘셉트 및 무대 연출 디자인에 참여했다. 쇼는 브랜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또 서울 곳곳에 있는 스크린에도 쇼 영상을 송출해 서울 시민들이 이를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한국, 매출 좋고 철학 잘 맞아
현재 루이 비통은 국내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달 공개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1조69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5.3% 증가한 규모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많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4%가 늘었다. 루이비통과 함께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와 샤넬은 각각 6502억원, 1조5900억원을 기록했다.
정서적으로도 서울은 루이 비통의 철학과 잘 맞는다. 루이 비통 측은 서울을 “600여 년의 풍부한 역사와 전통, 현대성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라 평하며, “차별화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와 창조적 비전을 제시해 온 루이 비통과 공통된 가치를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곳곳에서 시민과 함께해
이번 루이 비통과의 협업에 대해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번 협약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서울의 대표 관광자원인 ‘한강’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관광공사와 루이 비통 코리아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해를 해외 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여는 서울관광 재도약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김장실 사장은 “한국관광공사, 서울특별시, 루이 비통과의 3자 업무협약는 방한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로써 유의미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 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역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인 서울에서 루이 비통의 첫 프리폴 패션쇼를 진행해 매우 기쁘다”며 “한강 잠수교 위에서 선보이는 런웨이야말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끝없이 ‘다음(next)’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와 브랜드의 공통 가치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보 화백과 협업 등 문화예술 넘나드는 한국 향한 헌사
지난해 루이 비통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과의 협업으로 ‘최초’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9년부터 매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6명의 현대미술작가와 함께 협업해 선보이고 있는 ‘아티카퓌신’ 컬렉션에 첫 한국인 아티스트로 박 화백을 초대한 것. 여기서 박 화백은 자신의 대표 연작 ‘묘법(描法)’ 중 2016년 작품을 기반으로, 작품의 질감과 디테일을 가방에 완벽하게 재현했다. 박 화백은 루이 비통과의 협업에 대해 “작품이 입혀진 아티카퓌신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곧바로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티카퓌신은 예술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대중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그와 루이 비통의 협업은 『루이 비통 시티 가이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2013년에 처음 발간했던 서울 호의 개정판을 내며, 한국전쟁 이후 자유화를 거치며 세계 대중문화의 허브가 된 서울의 모습을 박 화백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한편에선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서울에 선보이고 있다.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젝트다.
가장 최근 전시는 지난 3월 말 막을 내린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의 ‘반향(Reflection)’ 전이다. 또한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전을 포함해 앤디 워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는 모두 무료로 진행해 한국 소비자들이 이들의 작품을 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루이 비통이 선보이는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전시가 열리는 공간인 ‘루이 비통 메종 청담’ 그 자체다.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로, 한국에서의 그의 첫 작품이다. 프랭크 게리는 공간에 한국의 정서를 담기 위해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래학춤, 근대 초기 성곽건축의 백미로 평가받는 수원화성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