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야생멧돼지 서식밀도를 조사한 결과, ㎢ 당 평균 1.1마리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ASF가 발생한 2019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54.1%가량 줄었다. 전국의 멧돼지 개체 수는 2019년 16만 397마리에서 지난해 7만 7239마리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지역별로 조사지점(1㎢)을 정한 뒤에 멧돼지 흔적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멧돼지 개체 수를 산정했다.
20만~30만 원 포상금 걸고 대대적 포획
겨울에도 감염 확산…“풍토병화 시간 문제”
돼지농가의 ASF 발생 건수도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돼지농장 ASF 발생 건수는 2019년 14건에서 2020년 2건으로 줄었다가 21년 5건, 22년 7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에는 벌써 8건의 농장 감염이 발생했고, 이 중 5건이 경기 포천에 집중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SF는 봄·가을철에 주로 발생했지만, 올해는 겨울철인 1월부터 농장 발생 사례가 보고되는 등 바이러스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올해 감염 농가가 발생한 포천과 철원의 경우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지 1년이 넘은 곳”이라며 “농가 감염과 멧돼지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 외에도 다양한 감염 경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멧돼지 포획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얘기다. 돼지농가 중심으로 바이러스 방역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홍 전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미 많은 야생 멧돼지가 감염된 상황에서 방역 대응을 잘못하면 ASF가 풍토병화 되는 건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SF 발생 농장에 대한 철저한 역학 조사를 통해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멧돼지 급감하면 생태계 질 떨어져”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 실태조사(2022) 보고서에 따르면, 멧돼지는 외부 기생충 등을 제거하기 위해 진흙 목욕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통에 묻은 식물 종자들을 멀리 퍼트리기 때문에 산림 속에서 중요한 종자 산포자의 역할을 한다. 또, 땅을 파헤치는 습성으로 토양을 갈아엎어 딱딱한 땅을 부드럽게 하고 산소를 공급해 비옥하게 한다. 멧돼지 개체 수가 급감하면 자연 생태계의 질이 떨어지거나 고라니·노루 등의 경쟁 동물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다.
방역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다른 야생 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설악산 국립공원만 해도 좌우로 울타리가 3~4줄씩 가로질러서 쳐있어서 서식지가 단절됐고 동물 사이에서 근친교배 위험도 커졌다”며 “지역별로 울타리의 방역 효과를 재검토해서 필요가 없는 곳은 방치하지 않고 철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