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다. 바닥 친 성장률을 가까스로 끌어올린 건 민간 소비였다. 지난해 4분기(-0.6%) 고물가ㆍ고금리 충격에 얼어붙었던 민간 소비는 올해 1분기(0.5%) 오락문화와 음식ㆍ숙박 등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과 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 민간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2.9%) 성장률을 떠받친 정부 소비는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1분기 0.1% 증가에 그쳤다.
1분기 수출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3.8% 증가했다. 2021년 1분기(4.1%)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반도체 등 IT 부문의 부진이 지속됐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1차 금속, 2차전지, 화학제품 등 수출이 늘거나 감소 폭이 완화된 영향이다. 수입도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증가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은 지난해 4분기(-0.5%포인트)보단 나아졌지만 1분기(-0.1%포인트)에도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역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은 국가 형편보단 나았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8% 증가했다. 원유ㆍ천연가스 등 수입품 가격이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여전히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반등)’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무역수지 적자 폭 둔화, 반도체 제조용 설비 투자 증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거래 증가, 정부의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기조 유지 등이 2분기 성장의 관전포인트”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IT 부진 만회, 중국 경제 회복 영향 등으로 성장 반등 모멘텀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