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불안 문제가 너무 긴급한 사안이기에 일본 정부와의 협력을 미룰 수 없었다면서,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작금의 지정학적 상황과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한·일 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 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원 문제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의 직·간접적인 여러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의 앞선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발언과 비교해 한층 더 신중해진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미의 의의에 대해 “저는 이번 방미가 한·미 동맹 70주년의 역사적 의미, 성과 등을 양국 국민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두고는 “역사적으로 모든 동맹 중 가장 성공한 동맹이고 무엇보다 가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미 양 동맹이 직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에는 한국 내 커지는 핵 보유 요구에 더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한국 제조업체 관련 반도체 법의 파장과 같은 다른 마찰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WP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낮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길에 올랐다.
WP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5월 첫 정상회담 때 선물한 해리 트루먼 전 미 대통령이 재임 시절 책상에 뒀던 것과 동일한 형태의 명패가 놓여있었다. 이 명패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새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