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돌려 ‘유예’…강제할 방법은 없어
경매 기일 연기는 금감원이 직접 해당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에게 연락해 경매 연기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상으로 보장된 경매를 강제적으로 연기할 방법이 없어, 금융당국의 ‘개인기’에 기댄 것이다.
금감원 등 금융당국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은행과 상호금융 등은 비교적 협조가 쉬운 편이다. 문제는 이미 민간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부실 채권들이다. 이들 회사는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이를 경매로 되팔아, 수익을 거두는 일종의 추심업체다. 특히 부동산 부실 채권은 경매하지 않으면 자금 회수가 안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경매 유예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이 경매 유예를 진행하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주택은 절반 이상이 이미 NPL 사업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직원들이 해당 회사에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경매 유예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다행히 아직은 경매 유예에 협조적이라 순탄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업 규모가 영세해 연제까지 경매 유예가 될지는 모른다”고 했다. 실제 금감원이 최근까지 경매 유예를 요청했다 거절당한 4채는 영세한 NPL 사업자가 보유한 물건이었다. 다만 이들 물건은 경매에 나섰지만 모두 유찰됐다.
연기는 일단 ‘한 달’…대상도 불확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한 번 경매가 연기되면 다음 경매 진행까지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해당 사업자들이 6개월간 경매 유예에 협조해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경매 유예 주택에 대한 기준도 아직은 불명확하다. 현재 금감원은 국토부에서 “전세 사기 주택이라고 통보받은” 물건에 대해서만 경매 유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현재 국토부와 금융당국에서 경매 유예 조치를 진행하는 것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물건뿐이다. 물론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 전세 사기 물건의 범위를 확대하면, 추가로 경매 유예 대상이 늘어날 순 있다.
다만, 단순히 집값 하락으로 전세금이 떼이는 역전세 상황과 전세 사기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대상을 무한정 늘리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명확한 피해 사례에 대해 명확한 지원을 한다는 게 현재의 원칙이다”면서 “당장의 경매 기일이 도래하는 피해 주택들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전세 사기 주택 범위를 설정해 지원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