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점토지도부터 3D지도까지…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지도 만든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23.04.24 08: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 자율주행차의 비밀…지도 안에 다 있죠  
 
지도(地圖)는 지구 표면의 상태를 일정한 비율로 줄이고 약속된 기호로 평면에 나타낸 그림을 말해요. 지도는 어떤 지역에 무엇이 있고, 그곳으로 가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며, 세부적으로 무슨 시설이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의 집약체입니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정보를 기록·공유하기 위해 지도를 제작했어요. 현대에도 지도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교통·행정·치안·국토개발 등 여러 분야에 쓰이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지도박물관을 찾아 지도의 역사와 발전상을 확인했습니다.
 

이우찬(경기도 옥길산들초 5) 학생기자·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명운서(서울 구암초 5) 학생기자·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지도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알아봤다.

잘 모르는 장소에 갈 땐 흔히 스마트폰 지도 앱을 열어 검색하곤 해요. 또 부모님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갈 때도 현 위치부터 지름길을 찾아 주는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죠. 이처럼 일상에서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여러 종류의 지도는 누가 만드는 걸까요. 또 인류는 언제부터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지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명운서·이우찬 학생기자와 오은채·이예준 학생모델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 국립지도박물관을 찾았어요. 중앙홀에 걸려 있는 '대동여지도' 앞에서 국토지리정보원 손현기 학예연구사(이하 손 연구사)가 인사를 건넸죠.  
 
지도박물관을 운영하는 국토지리정보원은 수치지도(디지털 지도), 항공사진과 영상, 지형의 형상을 나타내는 공개 수치표고모형(DEM),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추가해 만드는 PDF 형식 지도인 온맵(On-Map), 전통적인 형태의 구(舊)지도 등 여러 종류의 대한민국 지도를 제작해 국민에게 제공하는 기관으로 1974년 창립됐어요. "요즘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지도, 골목길까지 자세히 촬영한 길거리 지도를 볼 수 있죠. 또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자동차의 위치와 빠른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도 있고요. 이런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에 검사받고 승인을 얻어야만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이예준 학생모델, 명운서·이우찬 학생기자, 오은채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지도박물관을 찾아 여러 가지로 지도에 대해 알아보고 조선시대 '대동여지도'를 남긴 김정호 동상과 포즈를 취했다.

 
지도박물관이 경기도 수원에 있는 이유도 지도와 관련 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를 제작하려면 먼저 기준점 좌표를 결정하는 측지측량(側枝測量)을 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정해진 기준점을 경위도원점(經緯度原點)이라 하죠. 여기서 경위도는 경도와 위도예요. 지구 위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축 중 세로로 된 것을 경도, 가로로 된 것을 위도라 하죠. 우리나라의 경위도원점(경도 E127° 03′14.8913, 위도 N37° 16′33.3659)이 바로 지도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기준인 동경원점을 사용했지만, 독자적인 대한민국 경위도원점 설치가 필요해지면서 국립지리원(현재 국토지리정보원)이 5년에 걸쳐 정밀천문관측을 실시해 1985년 정했죠. 이후 세계측지계에 따른 기준을 규정해 2002년 지금과 같은 경위도원점의 세계측지계좌표를 산출했어요. 지도를 보면 산의 높이 등 땅의 높낮이를 등고선으로 표현하죠. 이를 측량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토의 높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대한민국 수준원점(水準原點)입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하로 100에 있으며, 2006년 4월 14일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등록됐어요.  


옛날 사람들의 세계관과 역사가 담긴 고지도  
 
본격적으로 지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손 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수천 년에 걸쳐 제작된 동·서양의 고지도가 전시된 역사관으로 이끌었어요. 전시실을 둘러보던 예준 학생모델이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와 전 세계 최초의 지도가 궁금해요.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요?"라고 물었죠. 손 연구사가 "기원전 2500년경 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점토지도가 최초의 지도로 알려져 있어요. 이후 1300년경 누비아 지역의 금광지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오늘날까지 보존된 지도로는 기원전 700년경 만들어진 고대 바빌로니아 지방의 진흙판 지도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해요"라고 설명했어요. 기록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지도는 4세기경 고구려 무덤 벽화에 그린 '요동성도(遼東城圖)' 그림지도,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영류왕 11년(628년)에 언급된 당 태종에게 바친 '봉역도(封域圖)' 등이 있죠.  
 
지도에는 지리 정보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도 반영돼 있어요. 조선 초기인 1402년 국가적 사업으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로 알려졌죠. 중국의 '성교광피도', '혼일광리도'와 조선 전도, 일본의 지도를 합하여 새롭게 편집·제작 제작한 것으로 중국을 가운데 둔 것에서 중화적 세계관이 나타납니다. 그러면서도 서남아시아·아라비아반도·아프리카·유럽까지 포함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등 미지의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이던 개방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어요. 지도 이름의 ‘혼일(混一)’에는 혼연일체가 된 하나의 세상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담겼죠.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로 알려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조선 초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여러 고지도를 주의 깊게 살피던 은채 학생모델이 "현대에는 지도 제작에 항공기·위성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합니다. 이런 도구가 없었던 옛날에는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나요?"라고 질문했죠. "전통적으로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부터 시작할까요. ‘측천양지(測天量地)’라는 말이 있어요. '하늘을 살펴 땅을 잰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별을 관측해 지도를 만든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위도는 북극성이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 각도를 재면 알 수 있고, 경도는 특정한 별이 보이는 시간 차이를 계산하면 알 수 있죠. 또 비교적 일정한 크기의 눈금을 지도 바탕에 그려 축척을 나타내는 방안(方眼), 100리를 1척으로 표기하는 축적법인 백리척(百里尺), 거리를 재기 위해 사용하는 수레인 기리고차(記里鼓車) 등이 활용됐어요. 하지만 1876년 개항 이후 열강의 개입으로 전통 지도 기술은 체계화되지 못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근대 측량기술이 접목된 지형도가 제작되기 시작했어요."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전체를 22권 분량에 나눠 그려 전부 펼쳐 연결하면 가로 약 4.1m, 세로 약 6.6m의 크기가 된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선시대에 제작된 지도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죠. 고산자 김정호가 1834년 당시까지 축적된 전도 제작의 성과를 기초로 『청구도(靑丘圖)』라는 지도책을 만들었고, 이를 보완해 1961년 '대동여지도'를 간행한 겁니다.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전체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구분해 22층으로 나누고, 각 층의 지도는 1권의 책으로 묶어 동서 80리를 기준으로 접고 펼 수 있도록 제작했어요. 22권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세로 약 6.6m, 가로 약 4.1m의 초대형 전도가 되죠. 그 실물은 지도박물관 중앙홀에 전시됐어요. 축척은 대략 1:16만 정도로, 도로망에는 10리(약 4km)마다 표시해 지역 간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역사관 중앙 바닥에 펼쳐진 '대동여지도'를 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세세한 묘사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죠.  
 
"'대동여지도'가 제작된 19세기 조선은 1805년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시작으로 1808년 함경도 북청 민란, 1811년 평안도 곡산 농민봉기, 1848년 이양선 출몰 등 국내외로 정말 어렵고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어요. 지도는 국가 방어와 통치에 꼭 필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김정호는 정확한 지도로 험난한 형국을 타개하고 백성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대동여지도'에 전국 모든 지역의 이름을 담는 것은 물론, 도로·산·강의 형상을 정밀하게 수록하고, 관청·창고·산성·봉화·역참 등의 위치를 정확히 표기했어요. 이렇게 완성된 대동여지도는 조선 백성뿐만 아니라 조선을 방문한 서양 외교관들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죠."
 

현대 지도들이 대부분 북쪽이 위쪽인 것과는 달리 조선의 수도 한성부 도성 안쪽을 그린 '도성도'에서는 북쪽이 아래쪽이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도는 도로·지형·시설 등 정보 외에도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 기술한 일본 초등 사회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죠. 해당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동해에 있는 독도를 "일본해에 있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설명하며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이죠. 동·서양의 고지도에서는 물론 일본의 옛 지도에서조차 동해와 울릉도·독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고대사서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 시조 동명성왕 1년(기원전 59년) 기사를 보면 이미 동해라는 지명이 사용되고 있었죠. 서양에서 동해를 우리 바다로 인식한 최초의 지도는 포르투갈 출신 마누엘 고딩유가 1615년 제작한 '아시아전도'로, 동해는 '한국해(Mar Coria)'로 표기됐어요. 16~19세기 제작된 상당수의 서양 고지도에도 동해를 조선의 바다로 인식됐죠.  

일본에서 1850년 제작한 '본방서북변경수륙략도'. 한반도 동쪽 바다는 조선해로 표기돼 있으며 원산만 쪽에 울릉도와 독도를 표기했다. 국토지리정보원

 
독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시실에선 1737년 예수회 선교사들이 만든 『중국통사 Ⅵ』에 포함된 서양 최초 조선전도인 '조선왕국전도'를 볼 수 있었는데요. 울릉도를 "Fan Ling Tao", 독도를 "Tchian-chan-tao"로 표기했어요. 서양에서도 이미 18세기에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지도 역시 동해와 울릉도·독도를 우리나라의 영토로 표기했어요. 에도막부에서 1810년 제작한 '신정만국전도'라는 세계지도에는 동해를 일본해가 아닌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어요. 또 1850년 일본에서 제작된 '본방서북변경수륙약도'는 일본열도를 중심으로 조선·청 등 주변 나라의 형상을 그렸는데, 동해를 조선해로 쓰고 원산만 쪽에 울릉도와 독도를 표기했죠.  
 

건설부 국립건설연구소(현 국토지리정보원)이 1962년 광복 이후 최초로 천문측량을 통해 제작한 축척 1/3000의 독도 지형도와 측량을 지시한 문서.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도 독도는 우리나라 영토로서 꾸준히 측량이 이뤄졌습니다. 역사관 건너편에 있는 현대관에서 광복 이후 최초로 천문측량을 통해 1962년 제작한 축척 1/3000의 독도 지형도와 이를 제작할 것을 지시한 특별지시문서를 볼 수 있죠. 또 2013년에는 전 세계에 독도에 대한 정확한 지리정보를 알리기 위해 독도의 현황 및 인문·자연지리를 수록한 영문판 『독도지리지』를 발간했어요. 우찬 학생기자가 "이런데도 일본이 자꾸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라며 고개를 저었어요.  
 
나만의 지도부터 자율주행차용 지도까지  
 
오늘날 지도는 평면을 넘어 최신 정보와 기술을 활용해 보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추가해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온맵(ON-MAP),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정밀도로지도, 건물의 안쪽까지 상세히 볼 수 있는 실내공간정보가 그 주인공이죠. 손 연구사가 먼저 온맵 쪽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었죠.  
 

이우찬 학생기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해서 PDF 지도로 만들 수 있는 온맵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우리가 접하는 지도는 대부분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한정된 정보가 담겨 있어요. 이와 달리 온맵에서는 내가 원하는 정보만 골라 지도에 얹을 수 있죠. 축척도 1/5000부터 1/5만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고, 국내 지도뿐 아니라 대한민국 주변도·세계지도도 만들 수 있죠. 온맵을 만들려면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제작할 지역을 지도상에서 선택해 다운로드 한 뒤, 보조도구(툴바)로 내가 선택한 온맵지도를 열어 편집하면 됩니다.  
 
온맵에는 내게 필요한 각종 생활편의시설은 물론 주거·상업·공공·의료·복지·문화·종교·교육·관광·레저·교통 시설의 위치와 전화번호 등 세부 정보까지 입력할 수 있어요. 원하는 정보 위주로 지도를 만드니 여행 갈 때도 유용하겠죠. 운서 학생기자가 자신의 집을 기준으로 동네 여러 시설을 추가해 온맵을 만들고 프린트하자 세상에 하나뿐인 지도가 탄생했습니다.  
 

정밀도로지도는 차선·도로시설·표지시설 등 도로 위 정보를 3차원으로 구축한 전자지도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5년부터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해 왔다.

다음으로 살펴볼 정밀도로지도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와 관련 있어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차선(규제선·도로경계선·정지선·차로중심선), 도로시설(중앙분리대·터널·지하차도), 표지시설(교통안전표지·노면표시·신호기) 등의 정보를 3차원으로 구축한 전자지도죠.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는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정밀도로지도 위를 달리는 겁니다. 다만 도로는 선로보다 훨씬 복잡하고 변수도 많기 때문에 차선·도로시설·표지시설 등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5년부터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해 왔어요. 현대관 한편에 마련된 체험공간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은 정밀도로지도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에 타면 어떨지 실감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정밀도로지도에 따라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모형에 탑승해 다가올 미래를 체험해 봤다.

 
그동안의 지도는 실외 위주였기에 건물 안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기차역·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은 실내 공간이 워낙 넓기 때문에 내부 지리를 알려줄 지도가 필요합니다. 실내공간정보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건물 내부의 다양하고 복잡한 시설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3차원으로 구축한 전자지도예요. 국토지리정보원은 2021년부터 공공·다중이용·복합시설 등을 중심으로 실내공간정보를 제작해 왔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평창 KTX 철도 역사의 내부를 실내공간정보로 살펴봤습니다. 가보지 않은 장소임에도 실제로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현장감 넘치는 지도를 보니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 같았죠.  
 
수천 년 전 지도부터 가보지 않은 건물 내부를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내공간정보까지. 지도의 발달 과정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국토지리정보원과 함께 지도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봤어요.  

오은채 학생모델이 지도박물관 역사관에서 살펴본 '대동여지도'는 현대적 방식으로 제작된 지도와 비교해도 그 정확도가 매우 높다.

 
은채: 세계지도나 대한민국 전도를 보면 북쪽이 지도의 위쪽인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북쪽이 늘 지도의 위쪽인 건 아닙니다. 고대 이집트 지도는 남쪽, 중세 유럽은 동쪽, 아라비아 지도는 남쪽을 지도 위에 배치했죠. 이는 자신의 국가를 보기 쉬운 위치에 두거나 예루살렘을 고려한 신앙 등이 이유였죠. 그러다 14~15세기 곳곳에 흩어진 항구를 나타내기 위해 나침판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북쪽이 지도의 위쪽을 가리키게 됐어요. 나침판은 북극성의 대체품으로 유럽에 도입됐지만, 15세기 이후 항해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침판이 가리키는 북쪽을 위로 나타낸 지도가 표준이 된 셈이죠.

지도박물관 역사관에서 전시 중인 동·서양의 고지도를 살펴본 이우찬 학생기자. 인류는 수천 년부터 지도를 제작해 왔다.

 
우찬: 세계지도를 만들 때 일반적인 기준점은 어디인가요.  
 
본초자오선과 적도입니다. 지구 위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축의 가로선을 위도(위선), 세로선을 경도(경선)라고 하는데요. 경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자오선이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입니다. 동그란 공 모양의 지구는 북극과 남극을 축(자전축)으로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한 바퀴를 돌죠. 그래서 본초자오선을 정하고, 그로부터 15도마다 1시간씩 부여하면 지구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24시간이 됩니다.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동경, 서쪽은 서경이라 불러요. 15세기까지만 해도 나라마다 각자 자오선을 사용해 시간과 지도를 표시했어요. 그러다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에 지리학·항해술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해졌죠. 무역에 필요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나라별 기준이 달라 혼란이 자주 발생했거든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시간을 측정하고 지도를 만드는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1875년 파리에서 국제지리학회가 열렸고, 프랑스가 주장하는 파리 자오선이 기준이 됐어요. 하지만 영국은 이 결정을 무산시키고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두 나라의 팽팽한 대립은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자오선회의에서 25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영국의 결의안이 찬성 22표(반대 1, 기권 2)로 통과, 그리니치 자오선이 본초자오선이 되며 일단락됐죠. 이에 불복한 프랑스는 계속 파리 자오선을 사용했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에 연합군으로 참여하자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니치 자오선을 인정하게 됐어요.  

항공사진을 판독해 지도를 그리는 도화기를 살펴본 이예준 학생모델.

 
반면, 위도의 기준을 적도로 하는 데는 큰 혼란이 없었어요. 적도는 북극점과 남극점에서 같은 거리에서 지구의 자전축에 수직인 평면이 지표를 나누는 선을 뜻하죠.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은 북위, 남쪽은 남위라 불러요.  
 
예준: 지도에 쓰이는 여러 기호는 전 세계 동일한가요. 다른 지도 기호들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이해가 되는데 법원·명승고적은 왜 그런 모양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지도에 쓰이는 기호는 정보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형상화한 것으로 각 나라의 풍습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제작·사용됩니다. 명승고적은 무덤을 형상화한 것인데, 여러 무덤이 모인 곳은 유물이 있다는 의미가 있죠. 법원의 사다리꼴 기호는 옛날 판사가 사용했던 모자를 형상화했어요. 최근에는 시대 변화를 고려하여 기존 지도 기호의 모양도 변하고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건물 내부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실내공간정보에 대해 알아봤다.

 
운서: 내 위치를 언제 어디서나 정확히 알 수 있는 GPS의 원리가 궁금해요.  
 
각국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상에 있는 물체의 위치·고도·속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위성항법시스템)라 해요. 미국에서 발사·운영 중인 GPS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인 GPS 역시 GNSS에 속합니다. 러시아에서는 GLONASS, 유럽연합은 Galileo, 중국은 Beiduou라는 이름으로 GNSS를 운영 중이죠. GNSS 시스템은 항공기·선박·자동차 등의 내비게이션 장치에 주로 쓰이며, 최근에는 스마트폰·태블릿 PC 등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추세죠. 다만 GNSS 위성이 우주에서 보낸 신호는 지상까지 오면서 오차가 생겨, 정확한 위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오차값을 줄여줘야 해요. 이때 지상에 설치한 위성기준점(상시관측소)이 GNSS 위성에서 보낸 신호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위성기준점 설치·운영을 시작했고 현재 전국에 92개의 위성기준점이 있죠. 국내 GNSS는 초기에는 주로 공공 및 연구기관에서 사용했지만, 2016년부터 민간에 무료 개방했기에 GPS처럼 스마트자동차·사물인터넷(IoT)·택시호출·응급구조·물류산업 등 우리 생활 밀접한 곳에서도 활용 가능해요.  

명운서 학생기자가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도록 만든 시각 장애인용 문자인 점자를 이용해 각종 지리적 정보를 표시한 점자지도를 살폈다.

 
예준: 인공지능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텐데, 지도 제작에도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최근 인공지능 학습(딥러닝)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기술은 지도 제작 분야에서 중요한 부분인 변화된 지역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지도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도의 종류

여러 축척에 따라 그린 여수시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는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일반도와 주제도로 구분해요. 일반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도로·하천·산 등이 골고루 표시됐죠. 덕분에 우리 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지,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제도는 도로지도·관광지도·지질도·해도·기상도 등처럼 어떤 주제를 강조해 지도에 표현해서 관련 현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요.    

 
지도에서의 거리와 지표에서의 실제 거리와의 비율을 뜻하는 축척으로도 지도를 분류해요. 대축척·중축척·소축척지도로 나뉘죠. 대축척지도는 1:1000 축척, 1:5000 축척으로 자세히 표현해 우리 집·학교·마을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죠. 중축척지도는 1:2만5000 축척, 1:5만 축척으로 표현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나 신도시를 계획하는 국가 종합발전 계획에 주로 써요. 소축척지도는 1:10만 축척 이하로, 대한민국전도·세계지도와 같이 국가 간 현황을 알고자 할 경우 사용합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제가 관심이 있는 지도와 사회 관련 취재를 하게 되어 무척 설렜어요. 고대 바빌로니아 지도부터 정밀도로지도·실내공간정보 지도까지 여러 종류의 지도가 있어 흥미로웠으며, '대동여지도'에 산·강·섬들의 모든 명칭이 한자로 실려있는 것도 새삼스러웠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지도는 점자지도였어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도 지도를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넘어 지도의 역사와 그동안 잘 몰랐던 독도 이야기 등 그동안 단순하게 생각했던 사실들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취재였어요.  

 
명운서(서울 구암초 5) 학생기자  
 
평소 지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지도박물관에서 손현기 학예연구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지도에 대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실들을 알 수 있었어요. 평소 익숙하게 보던 지도에 얼마나 깊고 오래된 역사가 있는지는 물론, 항공사진을 이용해 지도를 만드는 과정 등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들을 기회였죠. 특히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관련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또 '도성도'처럼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도 중에는 북쪽이 지도의 아래쪽, 남쪽이 지도의 위쪽인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돼 놀랐죠. 역사관 바닥에는 '대동여지도'가 설치돼 한 번에 한반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어요. 다음엔 가족과 함께 가서 동생에게도 배운 내용을 알려주고 싶어요.  
 
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
 
손현기 학예연구사님이 해설을 자세히 잘해주셔서 지도의 역사를 잘 알게 됐고, 재미있었던 취재예요. 덕분에 지도가 그동안 인류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지도박물관에서 다양한 지도를 봤는데 특히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이런 재밌는 취재를 하고 싶습니다.
 
이우찬(경기도 옥길산들초 5) 학생기자
 
학교 사회시간에 방위표·축척·등고선 등 지도에 대해 배우자마자 지도를 취재하게 돼 매우 알찬 시간이었어요. 지도박물관에 입장하면 중앙홀에 실물 크기의 '대동여지도'가 펼쳐져 있고 바닥에는 독도의 사진이 있어 첫인상부터 좋았죠. 온맵 체험을 통해 종이에 옛날 지도를 직접 프린트해서 본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한 쌍의 항공사진을 판독해 지도를 그리는 도화기도 살펴봤는데, 사진 두 장을 렌즈로 보면 3D처럼 보이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정밀도로지도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자율주행차를 간접경험한 것도 즐거웠죠. 지도에 대해 많이 알 수 있게 된 유익한 취재였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습니다.
 
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