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브렌트유·WTI(서부 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최근 일주일간 '퐁당퐁당' 식으로 올랐다 내리는 걸 반복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거래되는 WTI 시세는 3일 배럴당 80.4달러에서 19일 79.2달러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발표에 치솟았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분)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발표 직후인 지난 3일엔 직전 거래일보다 6달러 오른 배럴당 84.1달러를 찍었다. 그 후 87달러 선까지 올라갔지만, 19일 기준 83.6달러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최저치이자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100달러를 훌쩍 넘겼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최근 90달러대로 내려왔다.
국제 유가는 여전히 연초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습 감산 소식에 빠르게 오를 거라고 내다봤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예상 가격을 95달러, 내년 말 가격은 100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대니얼 하인즈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 수석 상품 전략가는 "연말 100달러 도달 가능성이 감산 조치로 확실히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 유럽 에너지 시장 안정 등이 유가 급등을 막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예측, 원유 대체재인 천연가스의 국제 시세가 내려가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도 기름값이 오르지 못하게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 그래프가 우상향보다는 출렁이는 횡보세에 가까운 상황이다.
물가 때문에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한국으로선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고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주로 수입해오는 두바이유 시세는 에너지 수입액, 무역수지와도 직결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경기라는 큰 변수 때문에 유가 예측은 쉽지 않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인 건 분명하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상반기 시세가 낮을 때 원유와 석탄, 가스 등을 최대한 비축해놓는 게 에너지 수급·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