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들겠다면 거실 선풍기나 식당 환풍기의 날개를 보라. 아무리 빨리 돌아도 날개 표면의 공기는 고요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에 먼지가 쌓이게 된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물살이 그릇에 닿을 때 큰 음식물은 수압에 밀려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식기 표면에 달라붙은 작은 음식물 찌꺼기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식기를 그냥 물에 담가두는 것과 별 차이 없다.
정답이 나왔다. 헹굴 때 졸졸졸 나오는 물에 비누기 없는 수세미로 살살 문지르는 것이 센 물살을 트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수세미가 없는 절수형 식기 세척기는 어떻게 물을 적게 쓰며 설거지를 잘할까. 높은 수온과 세척기용 세제 때문이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물을 뿌리는가이다. 세척기는 물을 흩뿌린다. 이때 사용되는 힘은 물과 공기의 경계가 만드는 표면장력이다. 표면장력은 우리가 수영장에서 배치기로 뛰어들 때 순간 찰싹하는 고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설거지하면서 유체역학과 표면장력까지 고려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수와 두뇌운동에 분명 도움이 된다. 설거지도 ‘식후락(食後樂)’이 될 수 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