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트리엔날레 자개 테이블전’(mother-of-pearl tables)을 방문한 유럽 디자인 관계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일반 관람객 공개 전에 디자인업계 관계자 대상 사전공개 행사였는데, 이날 하루 450여 명이 전시를 찾았다. 그중에는 영국 민트갤러리의 리나 카나파니 대표, 루이비통과 협업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알베르토 비아게티 대표 등 디자인계의 거물도 있었다.
KLM항공, 하얏트 호텔,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매장과 제품을 디자인해 온 네덜란드의 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자신이 디자인한 테이블 실물을 이날 처음으로 보고는 “붉은색을 입힌 버전도 만들고 싶다”며 즉석에서 후속 작업을 제안할 만큼 만족했다.
한국공예전을 다녀간 베를린시립박물관 재단의 파울 슈피스 디렉터는 “박물관 재개관 때 한국 공예작품을 전시하고 싶고, 김광우 작가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에서 박물관 6곳을 운영한다. 고 김광우 작가의 ‘빈 돌’(empty stone) 연작은 크기가 다른 조약돌 모양의 도자 11개를 늘어놓은 형태다. 풍화에 닳아버린 몽돌을 통해 비움의 경지를 표현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11년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한국공예전을 열었다. 지난해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참여한 정다혜 작가는 전시 두 달 뒤 공예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로에베재단 공예상 대상을 받았다. 당시 전 세계 작가 3100여명이 이 상에 도전했다.
신진 작가를 위한 전시도 이날 문을 열었다. 밀라노의 유명 갤러리 ‘로산나올란디’에서 열린 ‘공예의 변주 오브제’ 전시에서는 한국 신진 작가 6명이 현대 공예작품 27점을 선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는 로산나 올란디 대표는 김자영 작가의 도자 스툴에 관심을 보이며 “수작업한 비정형 형태의 표면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올해는 공예 전시와 함께 전통문화 이벤트 ‘이것이 한국이다(THAT’S KOREA)’도 열렸다. 밀라노 도심의 트램이 한국 단청 문양으로 외부를 꾸미고 주요 유적지를 돌며 한식을 홍보했다. 18일 셈피오네 공원에 위치한 유적지 팔라치나아피아니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금의재, 기로에, 김혜순 한복 등이 디자인한 한복 총 16벌이 무대에 올랐다. 고전적인 한복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 느낌의 미니 드레스까지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