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지원' 전제 밝힌 尹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검토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민간인 공격 ▶대량학살 ▶전쟁법 중대 위반을 제시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서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와 전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따로 제한을 둘 수는 없지만, 러시아 등과 관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외교 행사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는 외국 인사들이 꼭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물어봐서 그런 차원에서 (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사시 가정 메시지 명료화"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향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이 발생하는 상황에선 어차피 한국도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존의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유사시를 가정한 한국의 원칙과 동맹ㆍ우방과 뜻을 같이 한다는 메세지를 명확하게 미리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측 압박 대비해야"
또한 지난달 정부가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하는 계약이 체결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는데, 한ㆍ미 간에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던 군사 분야의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이 본격적으로 회담 테이블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최근 유출된 미 정부 문건 중에는 "한국 국가안보실이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직접 전화를 걸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대목도 담겼다.
이와 관련, 오는 26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한국의 지원 범위를 인도적ㆍ재정적 분야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한국 측 성과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을 겨냥한 사이버 분야 양국 협력 강화, 일본까지 포괄하는 정보 공유 확대, 한국수력원자력을 향한 미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으로 발목 잡힌 한ㆍ미 원전 협력 돌파구 마련, 최근까지도 세부 지침을 통해 한국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대책 수립 등이 관련 의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