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길거리를 자율주행해 편의점 제품이나 피자를 배달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실외 이동 로봇을 보행자에 포함해 보도 통행을 가능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불을 지폈다.
“이젠 실내 넘어 실외…높은 계단도 이동”
편의점 CU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한 모빈(MOBINN)과 현대차 남양연구소 임직원 아파트 단지에서 로봇 배송 상용화 테스트를 지난 3일 시작해 23일까지 한다. 높은 계단이나 비탈진 보도도 이동하는 게 특징이다. 8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해주고 배달 수수료는 900원이다. 일반 라이더가 배차부터 배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해 9~19분 절약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진 모빈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투자자들은 매번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만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운행할 수 있나 우려했는데 법이 바뀌면서 이제 서비스가 확산되겠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는 계단을 올라가는 로봇이 처음이다 보니 안전상 이유로 사람이 동행하고 있지만, 원격 관제를 통하면 동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올 하반기엔 대구에 있는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와 태안에 있는 리조트 업체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소비자 저항을 줄이려 렌탈비를 받지 않고 배달비를 1000원 미만으로 맞추려 노력 중”이라며 “아파트 등에서 허락을 받으면 서울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캠핑장으로까지 확대
뉴빌리티는 삼성웰스토리 등과는 골프장에서, KT와는 KT 캠핑장을 중심으로 식음료 배달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뉴빌리티 홍경표 매니저는 “로봇 산업 관련 규제가 빠르게 해소되는 흐름을 보여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도 경기도 수원 광교 아파트 단지에서 실내외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실외 자율주행로봇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 로보티즈도 택배, 음식 배송 등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정부 관계자들이 로보티즈 본사를 찾은 자리에서 “빠르면 올해 4분기에는 길거리에서 배달로봇의 주행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200억→2조원 시장으로 성장 전망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개정안은 통상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시민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로봇이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기대감도 크다. 홍원진 BGF리테일 CVS Lab 책임은 “로봇을 활용한 배달 로드맵에 따라 로봇 배송 사업에 꾸준히 참여해 국내 리테일 테크 고도화를 돕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선 이미 실외 배달 로봇이 활동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배달 로봇 시장은 2023년 4억 달러(5282억)에서 2028년 18억 달러(2조3771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33.7% 성장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