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대출자 10명 중 4명은 ‘비은행’에 손을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은 고금리 한파에 매출은 줄고 빚만 불어난 자영업자들이 은행 대출이 막히자 제2·제3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의 비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새 24.3%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대출 증가율(5.5%)의 4배 이상이다. 특히 농협ㆍ수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304조9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6.8% 증가했고, 이어 상호저축은행 20.7%(28조원), 보험사 15.4%(15조원), 여신전문금융사 9.7%(26조원) 순이었다. 대부업이 포함된 기타 대출 잔액은 27조2000억원으로 1년 새 20.9% 증가했다.
연체율도 점차 오르고 있다. 국내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0.16%, 9월 말 0.19%에서 연말에는 0.26%까지 올랐다. 그간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온 정부의 각종 지원이 중단되면 연체율은 더 급격히 늘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4월 첫 금융지원 이후 다섯 차례나 조치를 연장하면서 대출 부실 위험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성실한 이자 납부 여부인데, 계속 상환을 유예해주면 제대로 심사할 수가 없다”며 “금융지원이 중단된 이후 ‘깜깜이’였던 부실 대출이 한 번에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말 부실위험 대출 규모가 4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소상공인업계는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정부의 가스ㆍ전기요금 추가 인상, 최저임금 인상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어 “살길이 막막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 영업이익이 43.1% 감소했지만 경기 부진에 소비 심리가 위축돼 회복이 더디다”며 “사업자대출은 폐업하면 한 번에 상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사를 접기도 쉽지 않은데 가스ㆍ전기요금ㆍ최저임금까지 인상하면 정말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환 유예와 같은 ‘긴급 수혈’보다 ‘차주 옥석 가리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환 능력이 있는 정상차주(대출자)에 대해선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을 중단하고 그렇지 않은 취약차주에게 현금성 재정 지원을 늘려서 자영업자들이 단계적으로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