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가 원유 감산을 발표한 이후 국제유가가 올라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두고 고심한 건 세수 부족을 우려해서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세수가 5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세수 결손은 최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다.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징수가 회복세를 타야 ‘세수 펑크’를 막을 수 있는데 전망이 어둡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내려앉은 데다 자산시장과 기업 실적, 내수 경기 모두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름값은 물가의 ‘바로미터’로 여길 만큼 소비자가 민감하게 여긴다”며 “정부가 유류세 환원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와 물가 안정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물가 안정을 선택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연장 효과가 정부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올 초 1500원대로 안정세를 보였던 국내 기름값이 OPEC가 최근 감산 계획을 발표한 뒤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5일 1600원 선을 돌파한 이후 1700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1745.37원)는 이미 1700원 선을 넘어섰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연장되는 다음 달 이후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인하 폭이 지금과 변함이 없는 데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직결된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 확보에는 비상이 걸렸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나라 곳간을 지키는 취지의 ‘재정 준칙’ 마련도 지지부진한데 세수 펑크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유류세 인하 정상화)를 정부 스스로 하나 줄였다”며 “경기 둔화 상황에서 증세로 돌아설 수 없는 만큼 재정 누수가 없는지 점검해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