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난 7일 미 국방부가 공개한 계약서상에는 구매자가 대만으로 명시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미 해군 항공체계사령부(NAVAIR)가 제조사인 보잉과 17억 달러(약 2조 2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계약자는 대만”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일단 미 해군이 대리 계약을 한 셈이다.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질의에 “우리는 적시에 대만 방위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와 직접 상업 거래를 통한 기존 역량 유지 등 미국의 대만에 대한 방위 물자 제공은 대만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의회가 2020년 대만에 대한 지대함 하푼 판매를 승인했으나, 중국의 반발과 미국 내 생산 능력 등으로 인해 구매 계약은 지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항공모함 전단 등을 동원해 대만을 에워싼 대규모 육ㆍ해ㆍ공 연합훈련을 감행하는 등 위협 수위를 급격히 올리자 미국도 무기 판매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실제 배치는 일러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생산 속도나 밀린 주문 등을 고려할 때 2027년 이후에나 인도가 완료될 것(마크 몽고메리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만이 도입하는 지대함 하푼은 ‘블록Ⅱ’ 급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량된 형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지대함 하푼의 사거리는 약 120㎞ 정도인데, 최신형 하푼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약 280㎞에 이른다. 이 경우 대만에서 약 160㎞ 떨어진 중국의 해안 배치 전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전에서 검증받은 미국의 주력 대함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중국 입장에선 항모전단은 물론 상륙전력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매파조차 핵전쟁 주의 안 해"
그는 “미국의 매파 정치인들조차 핵전쟁 가능성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배제한 건 지나치게 순진한 전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이 핵무기를 증강하는 것은 대만 침공 실패 시 중국공산당의 권력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 본토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경우, 중국은 전술핵무기 등으로 일본ㆍ한국ㆍ필리핀ㆍ괌ㆍ하와이는 물론 미 서부 해안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대만 유사사태가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런 만큼 “미국 내 대중국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대만 독립’ 인정과 같은 불필요한 도발을 자제하고, 중국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