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은 16일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폭발물을 근거로 범행에 쓰인 도구가 쇠파이프 폭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체포된 기무라 류지(木村隆二·24)를 조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기무라 소지품에서 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고 다음 날인 이날 총리 관저에서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폭력적 행위가 자행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범행을 비난했다.
앞서 15일 오전 11시 30분경 오사카 남쪽 와카야마(和歌山) 현에 있는 사이카자키 항구를 찾은 기시다 총리 뒤편으로 1m도 채 되지 않은 곳에 폭발물이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현장에 있던 경호원과 어부 2명의 발 빠른 대처에 무사했다.
총리 10m 뒤에서 날아온 ‘은색 폭발물’…50초 뒤 쾅
현지 언론에 따르면 11시 30분경 은색 통 하나가 청중 사이에서 기시다 총리 쪽으로 날아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놀라 뒤를 돌아봤고, 경호원은 재빨리 폭발물을 발로 쳐내면서 들고 있던 방패 모양의 보호 장비를 펼쳐 기시다 총리를 대피시켰다.
경찰보다 어부가 빨랐다
경찰 ‘쇠파이프 폭탄’에 무게
쇠파이프 폭탄은 도화선을 이용해 내부에 있는 화약이 터지도록 하는 것으로, 목격자들은 기무라가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증언도 했다. 실제로 경찰은 용의자로부터 라이터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 신문은 용의자 가방에서 범행에 쓰인 것과 비슷한 통 여러 개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직접 폭발물을 제조했을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경찰은 기무라의 가택도 수색했는데 폭발 위험성을 고려해 인근 주민을 대피시켰다. NHK는 경찰이 가택 수색을 통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화약으로 보이는 물건과 공구류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TV는 이날 지역 어업협회가 공개한 CCTV(폐쇄회로TV)를 근거로 기무라 용의자가 폭발물을 던지기 수분 전 범행 장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기무라로 보이는 인물이 화면에 포착됐는데, 오전 11시 18분경 연설 장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요미우리TV는 기시다 총리가 탄 차량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오전 11시 17분이라고 전하며, 폭발물이 날아든 시각이 오전 11시 25분경인 점을 고려하면 용의자가 불과 사건 몇분 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기무라는 “변호사가 와야 이야기하겠다”며 묵비권을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라의 최근 행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효고(兵庫) 현 가와니시(川西) 시의회 시정보고회에 참석해 시의원에게 시의원 보수를 묻기도 했다. 당시 행사엔 유권자 약 70명이 참석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20대 청년의 참가가 드문 일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폭발물 테러 사건으로 일본에선 경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때와 동일하게 길거리 선거 지원 연설 중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 사건으로 일본 경찰청은 선거 연설이 잦은 곳에 대해선 현 경찰과 경찰청이 합동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예비 심사를 한다. 경호 경비계획도 작성하는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와카야마는 연설이 잦은 곳이 아니라서 예비심사 절차는 없었다고 NHK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