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통일부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통일부는 부록을 제외하고 총 7장으로 구성된 통일백서의 제1장에서 통일 정책의 대원칙을 기술했다. 그리고 실질적 각론의 첫 번째 장인 제2장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고통 해소' 문제를 다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통일백서인 『2022 통일백서』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3장의 마지막인 네번째 소단락에서 형식적으로만 다루고 넘어갔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접근 방법 역시 전임 정부가 북한 인권을 '인도적 협력'의 차원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통일부는 첫 통일백서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주민들의 자유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발걸음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엔 2017년 이후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사례를 담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인권보고서 공개 역시 전임 정부에서는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통일부는 또 지난 11일부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반영해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확대·개편하고 산하에 인권정책관과 정착안전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통일부가 직접 다루는 상황에 대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통일백서에는 전임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던 남북, 북·미 대화와 관련해서도 확연하게 달라진 시각도 반영됐다.
전임 정부에서 발간한 지난해 통일백서에는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자세하게 다루며, 당시 정부가 제안했던 '종전선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호응했다는 내용 등이 비중 있게 기술돼 있다. 반면 올해 통일백서에선 당시 대화 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향후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남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대북 접촉과 회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책임 있게 추진하고, 필요한 협의와 절차를 거쳐 대북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또 올해 백서에서 지난 정부에서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북한 비핵화'는 핵 포기의 주체가 북한임을 명확히 한 의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북·미'라는 표현 대신 '미·북'이란 표현을 쓴 점도 주목된다.
국방부가 지난 2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발간한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에 '주적 개념'이 부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간한 국방백서에선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말로 대체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칭도 직책을 뺀 '김정은'으로만 표기했다. 반면 이날 발간된 통일백서는 '국무위원장'이란 직책을 김정은의 이름과 함께 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