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란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근원물가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의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올해 2월 들어 4%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듯 하더니 감소 폭이 둔화했다. 3월에는 2월과 마찬가지로 4%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ㆍ가스 요금 등을 덜 올렸다”며 “작년에 못 올렸던 전기ㆍ가스 요금이 반영되면서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좀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기에 전기ㆍ가스요금을 올릴 만큼 올렸다면 올해는 ‘기저효과’가 나타나 근원물가도 더 빨리 떨어졌을 거란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다소 회복된 것도 근원물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는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상 행진은 멈췄지만, 연내 금리 인하에 돌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 경기 하강 경보음이 커지고 있지만, 이른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총재도 11일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며 "상당수 금통위원은 기대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지난해 에너지 가격 상승분만큼 전기ㆍ가스요금을 올려서 매를 한 번에 많이 맞고 빨리 지나가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였다고 하지만,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를 조금씩 오래 맞는 고통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