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나무 베어낼까 봐 한숨"
주민 임동한(57)씨는 “수십 년 세월을 버텨온 소나무인데 불에 그을려 베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강릉 난곡동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산림 179㏊를 태웠다. 불에 탄 나무는 강릉지역 특성상 대부분 소나무였다.
특히 피해가 큰 곳이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인 ‘경포 송림(松林)’이라 아쉬움이 더 큰 상황이다. 경포 송림은 경포호와 경포 해변에서 인접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처럼 관광지 주변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피해목 처리를 두고 논란이 빚어진다. 2019년 4월 발생한 속초ㆍ고성 산불이 대표적이다.
산불 나면 피해목 두고 민원 속출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부터 산불피해목 존치·처리를 할 수 있는 기준인 ‘산불 후 소나무 고사 여부 진단예측방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피해 나무는 피해 강도를 ‘심(深)ㆍ중(中)ㆍ경(輕)’으로 분류한다. '심'은 잎과 가지가 시커멓게 탄 것을, '중'은 잎 전체가 갈변한 상태를, '경'은 불이 스치고 지나가 대부분이 푸른 것을 말한다. 진단예측방법이 적용되기 전까진 많은 나무를 살려야 하는 ‘경’은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했다.
피해 강도 ‘심(深)ㆍ중(中)ㆍ경(輕)’ 분류
진단예측은 산불 피해목 ‘흉고직경(DBH)’과 ‘그을음 지수(BSI)’로 고사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그을음 지수 산출 방법은 우선 산불 피해목을 동ㆍ서ㆍ남ㆍ북 4개 면으로 나눈다. 면별로 그을음 흔적 높이와 비율을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측정해 나온 값을 고사율 표에 대입해 생존확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직경 44㎝에 잎이 푸르고, 지표면에서 동 1.8m, 서 1.8m, 남 0.8m, 북 1m 높이까지 그을린 나무의 경우 고사율 표에 대입하면 생존확률이 95~96% 수준으로 예측된다. 해당 연구는 특허등록했다.
5년간 80% 소나무 살아남아
강 박사는 “산불 피해목은 3년 정도 버티면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불이 난 뒤 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면 불이 나기 전 산림 상태로 돌아가는데 최소 30년이 필요하다”며 “산불 후 소나무 고사 여부 진단예측방법이 많은 나무를 살리고 빠르게 산림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화수림으로 산불 확산 막아야
내화수림대는 도로ㆍ철도ㆍ임도ㆍ집단마을ㆍ농경지ㆍ능선 주위 숲이나 대형 산불 피해 복구 대상지 등에 띠 모양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기존 숲을 산불에 강한 숲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산불 대형화ㆍ연중화 피해지 복원 관심 커져
국립산림과학원측은 "산불 대형화ㆍ연중화로 피해지 복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2019년부터 산불 피해지에 내화수림을 조성하고 연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