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5.18 폄하 김재원 사퇴해야, 호남서 육두문자 욕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4.12 19:23

수정 2023.04.12 19:2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12일 "5. 18 폄하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은 스스로 사퇴했으면 좋겠다. 내가 당 대표였다면 사퇴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호남에서 쌍욕을 들었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히고 "최근 20·30세대가 당에 등을 돌린 건 '주당 69시간 근무제' 파동이 가장 큰 이유"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일문일답.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는 뭐라 보나
"대통령 슬로건이랑 당이랑 하나도 안 맞는다. 대통령은 자유를 말씀하시는데 국민의힘 행태를 보면 자유를 연상할 국민이 있겠는가. 최고위원들의 설화 릴레이부터 문제였다. 대안 세력도 없고 당내 자유도 없는 가운데 주류가 이상한 방향으로, 과거로 달려가니 지지율이 그냥 빠지는 것이다"

호남 공략하는 국힘 30대 당협위원장 인터뷰
"민주당 싫어하는 호남인들이 김 위원에 격노"
"호남의 국힘 선택권 박탈한 설화에 책임져야"
"국힘 청년층 이반은 69시간 혼선 탓, 대책 시급"
"이준석 '총질' 내버려둬야.. 당이 잘하면 그만"
12일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김기현 대표가 당신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나 빼고는 전당대회 경쟁자들을 다 만났기에 나한테도 일부 책임이 있다. 김 대표가 직접 두 번 연락해 만나자고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았다. 그 와중에 최고위원들이 날 영구 추방하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이 '천하람에게 호남 특위 같은 자리 줘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만남에 시간 끈 게 결국 자리 받으려고 그런 거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오지 않았나. 그때가 기회였지 않나
  "아쉽게도 김 대표는 참석을 안 해 만남이 불발됐다. 사실은 전주의 보궐 선거가 기회였다. 지원 유세에 날 불러줬으면 자연스럽게 김 대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요청이 없어 역시 불발됐다. 당장은 만남이 이뤄질 분위기가 아닌 듯하나 같은 당에서 생활하니 당연히 언젠가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다."
 
 - 호남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 하락이 심각한데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호남은 우리가 조금만 열심히 하면 찍어준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지사 후보가 전주에서 19% 넘게 득표했다. 그런데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반 토막이 났다. 정운천 의원이 출마했다면 조금 더 득표하기 했을 거다. 그러나 그가 출마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국민의 힘 지지율의 민낯을 볼 수 있었으니 약이 된 셈이다."


 -호남의 민심을 되찾을 방도는
"다른 지역이랑 똑같이 대하면 된다. 2년 전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 치를 때 광주 연설을 앞두고 나한테 전화해 '5.18 묘역 가야 하나'고 묻길래 '대구 가면 2.28 학생운동 사적지 참배하는가? 부산 가면 부마항쟁 추모비 참배하는가? 이준석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광주 사람들이 우리 당에 기대하는 건 다른 지역과 똑같이 미래 비전을 얘기해달라는 거다. 시민들이 반색할 먹고사는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답이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에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사법 리스크가 큰 이재명의 민주당에도 진다는 건  비호감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울산에서 우리가 질 리가 있냐' 했는데 이번에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 졌다. 기초의원이니 별 게 아니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게,  오히려 기초 의원 선거라 후보 아닌 정당보고 투표하니 위험한 것이다. 내년 대구 총선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해법은 무엇일까 
 "일단 이상한 얘기(설화)를 하지 않는 거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또 집토끼 지키겠다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 지지율에서 쫓긴다고 집토끼 지키기로만 갔다가 참패한 3년 전 총선을 재연하면 안 된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이 지휘해 이긴 2012년 총선 선거 때처럼 하면 된다.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데려오고 경제민주화 내걸며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니 민심이 선택해준 것 아니냐. 내년 총선도 몸부림 경쟁일 것이다. 누가 더 변화의 몸부림을 치느냐로 가면 이길 수 있다."
 
 -5.18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입장은
"솔직한 심정으로는 김 최고위원이 사퇴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지 얼마 안 됐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김기현 대표의 고뇌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내가 대표였다면 사퇴를 요구했을 것 같다."

 
 -김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호남에서 어떤 반응을 들었나
 "쌍욕을 들었다. 욕을 한 분이 호남 언론인인데 이분이 민주당을 안 좋아한다. 광주 한 언론의 오늘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의 국회 의석 8석을 민주당이 독식해야 한다'는 여론은 30% 선에 불과하고 '민주당 외에 중도 보수 정당도 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50%가 넘는다. 광주에도 1당 독점을 거부하는 분들이  많은 거다. 그 언론인이 그런 분이다. 그분 말씀이 '국민의힘이 지난해 열심히 해서 광주 지지율이 20%에 육박한 마당에 (김 위원이) 왜 스스로 재를 뿌리나'는 거다. '나 같은 사람도 호남에서 선택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걸 가로막은 김재원 위원에 욕이 안 나올 수 없다' 고 하더라. 호남에서도 많은 이들이 과거에 얽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호남의 핵심 이슈가 5.18 민주화 운동이면 안 된다는 생각인 거다. 그런데 자꾸 과거에 발목 잡는 얘기들이 국민의 힘에서 나오니 육두문자로 욕을 한 것이다. 나도 솔직히 욕이 나왔다."
 
 -전광훈 목사 지지 세력이 국민의힘에 유입됐다는 것은 사실인가 
 "많지는 않지만, 실체는 있다.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인이 전광훈으로 쓰여있는 입당 원서가 500장 이상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추천인이 전광훈이라고 당원을 쫓아낼 수는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본다.  태영호 위원이나 김재원 위원의 설화가 없었다면 전광훈 목사 얘기가 나와도 큰 문제가 안됐을 거다. 어느 당이나 극단적인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설화가 이어지고, 당 대표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니 전 목사 같은 세력과 당이 연결된 것처럼 국민에 비춰지는 거다."
 
-20~30대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는데 
"문재인 정부 때도 장 빨리 등을 돌린 이들이 20대와 30대였다. 이들은 정당 일체감이 별로 없다. 정권의 위선, 내로남불을 가장 먼저 눈치채고 국민의힘을 선택해준 것인데 지금은 우리 당이 위선적이 돼 매를 맞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과 자유를 내세워 집권했는데 그 가치들을 안 지키니까 2030이 '앞뒤가 다르네'라며 등을 돌린 거다."
 
-대책은 뭘까  
 "젊은 사람들 몇 명 내세워서 대변인 시키고 이러는 건 답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과 자유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예를 들면 우선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 이건 이준석 전 대표 징계와의 일관성 때문에도 필요하다. 싫은 사람한테는 엄격하고 같은 편한테는 관대했던 민주당 식의 공정과 상식은 안 되는 것 아닌가. 다음으론 정책이 왔다 갔다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 부채 줄여야 한다면서 국민 1인당 휴가비로 10만 원씩 준다는 건 모순 아닌가. 또 주당 69시간 근무제 파동도 진짜 심각하다. 30대 지지율이 급속도로 떨어졌던 이유가 이거다. 대통령이 '60시간 이상은 안 된다'고 했는데도 지지율이 회복 안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을 놓고 대통령의 워딩(말)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노동조합의 부정과 범죄를 때리는 것은 좋은데, 동시에 노동자들의 마음을 살 만한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 69시간 근무제 꺼내기 전에 '공짜 야근'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를 손 보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야 했는데 안 해서 노동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내부 총질'한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데 
 "이 전 대표의 스타일을 좋지 않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거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이 잘못 가고 있을 때 세게 들이박지 않으면 안 바뀐다는 생각에서 이 전 대표는 본인의 행보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고 있다.  방법은  하나다. 당과 정부가 정치를 잘하면 된다. 당내에 이견이 나오면 힘으로 누르지 말고 논리, 실적으로 이기면 된다. 그럼 이준석 전 대표의 비판이 우스워지게 돼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는데 
 "악수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고생했지'라며 격려하더라. 사실 윤 대통령이 호남에 애정이 강하다. 검사 시절 광주에서 근무했을 때 호남 전역을 주유한 것이 아주 풍족한 경험이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1년 전 나를 포함한 호남 당협위원장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선 '여러분이 당 지지율 조금만 더 올려주면 좋겠다. 그래야지 호남에 애정을 쏟는 데 더 힘이 나고, 다른 지역에서 보기에도 서운하지 않으시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만큼 대통령이 호남에 진실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인터뷰는 12일 방송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