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은행, 신고 없이 알뜰폰 사업 가능
원래 은행은 부수 업무 지정 없이 본업 외 업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1호로 지정돼 규제 특례를 부여받고 일정 기간 예외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었다. 오는 16일이 특례 기간 만료인데, 이번에 영구히 사업을 할 수 있게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금융위가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KB국민은행에서 해당 서비스를 은행 부수 업무로 신고하면 금융위에서 7일 내 공고 후 바로 사업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도 별도 허가 없이 알뜰폰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미 수용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싼 요금에 납부 혜택, 통신 시장 ‘메기’된 은행
실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를 담당하는 ‘리브엠’은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 40만명을 끌어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가입자 수로 4위 규모다. 또 통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통신 시장 자체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영세 사업자가 많은 알뜰폰 시장에 막대한 자본력의 은행이 끼어들면 요금이 더 낮아지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리브엠’이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는 기존 사업자와 비교해도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통신비 납부와 금융 서비스를 연계할 경우 추가 할인도 가능해, 요금 인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이런 장점에 지난 1월 토스도 자회사 토스 모바일을 설립해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 신한·하나은행과 신협도 제휴 요금제를 출시하며 간접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수업 지정으로 추가 은행 진출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은 진출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은행은 없다”고 했다.
건전성 훼손·과당 경쟁은 우려
자본력을 바탕으로 은행이 과도한 경쟁을 벌일 경우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에서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윤 의원은 이를 “망 임대료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도매대가보다 낮은 요금제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장 점유율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원가 이하 요금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고, KB국민은행도 중소 통신 사업자보다 과도하게 낮은 요금제를 내놓지는 않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다만 요금수준이나 점유율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 금융위 관계자는 “과기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의 비은행업 진출 사례는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 특히 알뜰폰과 함께 은행 혁신금융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신한은행의 배달 중개 서비스(땡겨요)도 상황에 따라 부수업으로 지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