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변한 강릉시 저동 마을
12일 오전 찾은 저동에선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158.4㎡(48평) 규모 신모(62)씨 2층짜리 집이다. 신씨 집 뒤편에 있는 소나무숲은 이번 산불로 잿더미가 됐다. 불과 3~4m 떨어진 소나무에 불이 붙으면서 불씨가 집 쪽으로도 날아들었다. 하지만 유리창이 몇장 깨졌을 뿐 집은 멀쩡했다.
그렇다면 신씨 집이 화마에 휩싸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 신씨는 열에 강한 내외장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신씨는 4년 전 집을 지으면서 불을 잘 견디는 자재를 썼다고 한다.
열에 강한 내외장재 써야 피해 줄어
부인 홍모(60ㆍ여)씨는 “불이 나면 대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좋은 자재를 쓴 것이 피해를 막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씨 마당 잔디에 불이 붙어 집 벽으로 옮겨갔지만, 주택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반면 신씨 집과 30m가량 떨어진 앞집은 기둥까지 다 탔고, 50m 떨어진 옆집도 전소했다.
산림이 많은 강원 지역에서 매년 산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택 보호 방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슷한 위치에 불씨가 날아들었지만 다 타는 주택이 있는가 하면 불이 전혀 옮겨붙지 않은 집도 있다.
창문도 열풍 못 들어오는 삼중구조로
이 밖에도 집 주변 반경 10m 거리엔 가연(可燃) 물질을 정리하는 등 산불이 쉽게 번지는 물질이 없어야 한다. 10~30m 거리엔 땅에 쌓인 나뭇가지·낙엽 등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30~100m 거리엔 가지치기·솎아베기를 통해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성ㆍ속초 산불 당시에도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이 살아남았다. 내화성(耐火性)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불 온도가 1100~1200도에 달하는 만큼 방화문을 쓰고 열풍이 들어오지 않게 창문도 삼중 구조로 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정부, 강릉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는 이날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선포된 것은 산불을 끄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와 고생하신 산불진화대원 2000명과 강원 도민 염원이 전달된 결과”라며 “이재민이 최단기간 안에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강원도와 18개 시ㆍ군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