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 노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청소노동자 선생님의 방문이었다. 이내 화장실로 들어간 그의 말이었다. “환자분, 제가 세면대 위에 있는 비누 좀 알아서 담아도 될까요?” 아뿔싸! 샤워를 마친 뒤 물에 젖은 검은 비누와 하얀 비누를 물에 젖은 비누장갑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채 나온 나였구나. 세면대 위로 잿빛 비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고도 에라 모르겠다 나온 나였구나.
퇴원날 이른 아침 청소노동자 선생님의 노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이내 화장실로 들어간 그의 말이었다. “환자분, 비누 다 쓰신 것 같은데 통은 제가 치워도 될까요?” 아니요! 그가 깨끗하게 헹궈 놓은 빈 용기는 에코백에 담아 어깨에 멨다. 순간 MRI 영상을 함께 보던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 작은 기관이 그 큰일을 하는 겁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서 빈 용기를 꺼낸 나는 새 비누 하나 거기 담고 씻은 조약돌 몇 개 거기 넣어두었다.
김민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