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최근 국제 정세와 일본 외교 활동 전반을 기록한 2023년 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은 올해 외교청서에서도 지난해와 똑같이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처음 등장한 이후 6년째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종로구 청사로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한국 중요성은 강화, '역사 인식 계승'은 누락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양국이 지난해 5월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 조기 해결을 모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대위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고 기술했다.
이어 하야시 외상이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번 발표를 계기로 조치의 실행과 함께 한·일의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강력히 확대돼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하야시 외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힌 대목은 외교청서에 서술하지 않았다.
한·일 공동선언에는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가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하야시 외상의 "계승" 언급은 일본 정부가 사죄의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돼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 이 내용을 누락함으로써 '일본이 사과했다'는 인상을 감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 강조
중국의 군사 동향 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적어 지난해 "일본을 포함한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상 강한 우려 사항"보다 표현을 강화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