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으면 더 준다?…100만원 넘는 연금, 男 55만명 女 2만명

중앙일보

입력 2023.04.11 05:00

수정 2023.04.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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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성단체 '더 로지'가 지난 1월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상징인 청색 '리벳공 로지' 옷을 입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에 청색 작업복을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띈다. 여성 노동자의 상징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들이다. 이들은 “연금개혁이 성별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외친다. 프랑스 여성의 평균 연금액은 남성보다 40% 적다. 덴마크(10.6%), 슬로바키아(7.6%), 에스토니아(3.3%)와 비교가 안 된다.
 
한국은 어떨까.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남성의 평균 연금(노령·장애·유족연금)은 월 50만1000원, 여성은 26만9000원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46% 적다. 연금 불평등이 프랑스보다 더 심하다. 하지만 최근 논의 중인 연금개혁에서 성별 격차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지난달 활동을 마친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또 10차례 회의를 이어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회의에서 마찬가지다. 출산 크레디트 개선 등 크레디트 확대 방안의 하나로 논의됐을 뿐이다. 출산 크레디트는 둘째 아이를 낳을 때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얹어주는 제도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여성 가입자는 45.6%, 여성 수급자는 45.3%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면서 여성 둘 다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연금액은 상황이 다르다. 여성은 낮은 구간에 집중돼 있고, 높은 구간에는 매우 적다. 월 20만원 미만 연금 수급자를 보면 여성이 52만여명, 남성이 35만여명이다. 남성의 1.5배에 달한다. 반면 월 100만원 넘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을 받는 남성이 54만8767명, 여성은 2만1339명이다. 남성이 여성의 26배에 이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0만원 넘는 고액 수급자도 남성 몫이다. 국민연금 수급자 중 월 200만원 넘는 사람이 2021년 1355명에서 지난해 말 5410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여성은 78명에 불과하다.
 
여성 연금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급자 중 가입 기간이 20년 넘은 남성이 81만여명인데 비해 여성은 14만여명에 불과하다. 근로자나 자영업자로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이 짧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다. 
 
연금액을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입 기간인데, 여기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소득도 낮다. 국민연금은 월 소득 550만원(상한선)까지만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상한선에 해당하는 가입자가 남성이 245만명, 여성이 4만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성 연금이 이렇게 낮으면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기초생활보장 같은 공공부조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남녀 평균 연금 격차는 2017~2021년 조금씩 확대됐다. 요양보호사·학습지교사·보험모집원 등 여성이 집중된 직종의 국민연금 가입이 부진한 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성별 격차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 등이 연금의 성별 격차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가 여성의 권익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출산 크레디트를 아이 1명당 3년(현재 둘째부터 12개월, 최대 50개월)으로 늘리고,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한정된 저소득 근로자 보험료 지원 제한을 없애면 특수고용직 여성 근로자의 노후연금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