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반도패션, 티피코시 재출시
티피코시는 당시 반도패션(현 LF)이 선보였던 토털 캐주얼 유니섹스 브랜드다. 힙합·레게·락·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접목한 패션으로 X세대를 공략했다.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문화가 확산했던 1990년대 초·중반의 캐주얼 의류 시장 호황기를 이끌었다.
대중들에게는 서태지와아이들이나 김건모, 삐삐밴드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출연하는 CF로 눈도장을 찍었다. 전국에 2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을 이어가던 티피코시는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규모가 축소됐으며, 2008년 최종 철수한 바 있다.
LF는 티피코시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젠더 플루이드(성 경계가 모호한)’ 패션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10~20대인 Z세대를 겨냥해 LF몰과 무신사 등 온라인 위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초반에는 로고 가방 등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하면서, 점차 의류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LF 관계자는 “타 회사 라이선스(상표권)가 아니라, LF의 자산이기도 한 과거 브랜드를 다시 끌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는 독특한 경험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 옷장 뒤지면 최신 패션이
이들 브랜드의 부활은 최근 몇 년 새 유행하고 있는 Y2K(year 2000·세기말) 트렌드의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유행했던 배꼽티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청바지, 벨벳 소재의 트레이닝복 세트, 폴로 셔츠 등이 다시 최신 패션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지 하디드, 켄달제너 등 해외 패션 인플루언서부터 블랙핑크, 뉴진스 등 K-팝 스타들도 세기말 패션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유행 시계’가 1990년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지난달 말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의 캘빈클라인 광고 캠페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서 촬영한 첫 광고 캠페인에서 정국은 1990년대 실루엣의 청바지 ‘90s 스트레이트 데님’을 입고 데님 재킷을 걸친, 복고 패션의 대명사 ‘청청 패션’으로 등장했다.
새로 만들기보다 발굴, 왜
또한 과거 브랜드의 소환은 브랜드의 유산(헤리티지)에 높은 점수를 주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에도 맞는 전략이다. 지나치게 많은 새로운 브랜드가 시시각각 만들어지는 지금, 쉽게 만들 수 없는 브랜드의 역사는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명성이 있는 과거 브랜드를 가져오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제품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역사성이나 브랜드 고유의 이야기 등으로 차별화해야 하기 때문에 옛 브랜드의 부활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이름만 가져오는 식의 재런칭은 기대했던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