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를 연재 중인 윤태호(54) 작가의 말이다. 그는 “흔히 리더십을 강한 사람 하나가 앞에서 끌고, 여러 사람이 그 줄을 잡고 끌려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스스로 자기 멱살을 잡고 앞으로 가는 거, 어떤 일을 해야 되는 지 분명히 알고 스스로 추동하는 거”라며 “장그래는 그런 점에서 훈련이 매우 잘 돼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웹툰 연재와 함께 지난달 4년만에 단행본 『미생』의 15권째 책을 낸 그를 만났다.
윤 작가는 “생존을 해야 하는 게 핵심”이라며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무보(무역보험공사)를 찾아가 보니 직원 3, 4명인 회사가 정말 많더라”고 전했다. 그는 “시즌1이 개인의 미생(未生, 바둑에서 ‘완생’과 달리 대마가 두 집을 못 내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상태)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여러 사람이 속해 있는 회사 자체가 미생”이라고 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온길’은 사내에 “한가한 정치싸움” 같은 건 끼어들 틈 없는 조직, 한편으로 “내 월급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환히 보이는 조직이다. 말단으로 합류한 장그래 역시 제 월급값을 해야 한단 생각에 고민이 많았는데, 점차 그다운 활약이 또렷해진다. 특히 최근 난생처음 해외출장을 떠난 요르단에서는 장그래 특유의 예리한 안목과 집요함이 단연 빛을 발한다.
그 사이 그의 말마따나 10대, 20대 때 드라마 ‘미생’이나 시즌1을 본 이들이 20대, 30대가 된 터. 그는 기업 문화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변화도 지적했다. “시즌1같은 분위기로 뭘 묘사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가 된다”며 단적인 예로 든 것이 시즌2에서 임원이 회의하다 서류를 위로 집어 던지는 장면이다. “요즘은 그러면 ‘괴롭힘’이라고 하더라고요. 댓글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 장면 보고 감동 받아 실제 그러는 임원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는 댓글도 있었죠.” 그는 “노티(나이든 티) 나는 대사, 예를 들면 설명을 하는 대사인데 지적하는 듯한 톤이 나오면 뜨끔해서 훌렁 지워버린다”고도 했다.
시즌2의 3부는 ‘결혼’. 달달한 연애가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취재해 그 고민을 다룰 예정이다. 작가가 염두에 두는 건 장그래와 인턴 동기들만이 아니다. 대기업 시절부터의 선임도 있다 “김동식 과장(시즌1에서는 대리)도 장가 보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