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목이 좀 아프고 까끌까끌한 정도였는데 며칠 뒤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기침이 나와 견디기가 어렵더라고요”
직장인 이모(28·서울 동작구)씨는 지난 3일 기침에 더해 몸살 증상까지 나타나자 회사에 연차를 내고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연히 줄어든 만큼 대기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병원에는 어린아이부터 직장인, 노인들까지 약 20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병원 밖까지 늘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대기한 끝에 진료받은 이씨는 급성 후두염을 동반한 감기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19와 독감 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그는 “여태 코로나도 안 걸렸는데 목감기라니 의아하다”라며 “당분간 마스크를 다시 쓰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인후통·기침 호소하는 호흡기 환자 급증
5일 서울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만난 간호사 김모씨는 “하루에 80~90명 정도의 환자가 왔었는데 3월 중순부터 확 늘어났다. 지난 월요일엔 평소 두 배 되는 150명이 다녀갔다”라며 “대부분 인후통과 기침을 호소하는 호흡기 환자”라고 말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감시 통계 건수를 보면 개학이 시작된 9주차 802건을 시작으로 10주차 973건, 11주차 1135건, 12주차 1493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3년간 마스크 쓰며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 차단
가장 최근 수치인 12주차를 기준으로 과거 급성호흡기감염증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면 2022년 131건, 2021년 240건, 2020년 169건으로 지금과 최대 11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055건, 2018년 1457건과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간 마스크 덕분에 다른 호흡기감염병에 안 시달리고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벗고 각종 방역을 푸니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특히 보통은 여러 바이러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면역력을 길렀어야 했는데 3년간 강화된 방역수칙으로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내 습도 40% 이상 유지해야”
정기석 교수는 “일상회복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대부분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며 면역을 얻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방책으로 기본적인 위생수칙 준수와 함께 습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내가 건조하면 호흡기 바이러스에 더 잘 감염이 된다”라며 “여름이 되기 전까지 실내 습도를 4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