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45)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임종 선택에 대한 프랑스 모델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연명 치료에 관한 10개년 국가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시민 자문기구인 ‘임종에 관한 시민 의회’ 결과 보고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삶의 끝, 즉 우리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토론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라며 “시민들이 지난해부터 숙고와 토론을 거친 결과 4분의 3은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안락사 또는 다양한 형태의 조력 자살(사망)을 지원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설정한 한계에 따라 정부와 의회는 초당적으로 올해 여름 말까지 관련 법안을 작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프랑스식 임종 모델은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발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안락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부안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직접이든 사전의향서에 따른 간접 의사든 환자 개인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성년자에 한해선 적극적인 임종을 도와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AP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에게 의사가 약물을 처방해 환자가 자유 의지로 복용하는 조력 자살 또는 의사나 의료 종사자가 약물을 직접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료적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대한 완화 의료 시설(호스피스)을 전국적으로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존엄사가 당연하게 보편화된 사회에서 완화 의료의 격차는 특히 취약 계층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죽음 앞의 불평등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완화 의료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고 사별 지원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면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9월 “시민 패널의 토론을 거쳐 프랑스의 새로운 임종 모델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프랑스 헌법상 자문기관인 경제사회환경위원회(CESE)가 무작위로 184명의 시민 패널을 선정해 ‘임종에 관한 시민 의회’를 꾸렸다. 시민 의회는 작년 12월부터 석달 간 논의를 거쳐 지난 2일 정부에 안락사의 합법화를 권고했다. 시민 패널의 76%는 “의료진 등에 의한 적극적인 임종 지원을 찬성한다”는 의견이었다.
프랑스 의협 “의사 참여 반대” 논쟁 예상
현지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5년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죽을 권리’를 법에 명시했다. 2016년 도입한 현행법상 말기 환자는 고통 완화를 위해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진정제를 투여 받는 것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영양제·수분 공급을 중단한 채 수면 상태로 집 또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 단 며칠 또는 몇주 안에 죽음이 예견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의학적으로 증명돼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사전의향서나 환자가 지명한 성인 또는 가족의 의사 표명,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도 있어야 한다.
르몽드에 따르면 같은 법은 사망에 이르는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인 안락사는 금지하고 있다. 간병인이 환자의 사망을 돕는 조력 자살도 금지된다. 이는 살인으로 여겨져 징역 3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고, 의료진의 경우 향후 의료 행위도 제한된다.
현재까지 프랑스 의사 단체는 적극적 안락사 도입에 부정적이다. 프랑스 전국의사협회는 지난 1일 자체 공청회를 거친 후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을 돕는 일에 의사를 참여시키는 것은 안 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네덜란드 안락사 허용, 韓연명의료 중단 도입
한국은 지난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되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다. 존엄사 문제에서 환자의 의사 표명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한국은 당사자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거나 의료기관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제출한 경우,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거나 가족 전원이 합의한 경우 등 네 가지 형태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