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상장한 반도체 ETF 15개의 올해 평균 수익률(지난달 말 기준)은 31%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올해 39.56% 수익을 냈다. 챗GPT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TSMC·삼성전자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돈도 몰리며 지난해 11월 상장한 뒤 3개월여 만에 순자산액이 300억원을 넘어섰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내는 펀드다. 반도체 ETF도 마찬가지다.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특정 반도체 지수에 따라서 수익률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반도체 지수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28% 뛰었다. 한국거래소(KRX) 반도체 지수도 올해 들어 3일까지 16% 상승했다.
실적 시즌을 맞은 반도체 업계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세계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 12월~올해 2월 분기 매출(36억9300만 달러·약 4조8603억원)이 1년 전보다 53% 줄었다.
오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7201억원으로, 1년 전보다 94% 감소할 전망이다. 그동안 ‘실적 효자’ 노릇을 했던 반도체 부문(DS 부문)이 최대 4조원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세계 반도체 업계가 최악의 분기 실적을 내놓는데도 반도체 ETF가 짭짤한 수익을 내는 건 ‘반도체가 지금 바닥’이란 인식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일반적으로 6개월~1년 물량을 미리 주문하는데, 주가 등 반도체 관련 지수가 꿈틀거리는 건 6개월 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반도체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된 데다 잇따른 감산으로 공급도 줄었기 때문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은 바닥을 쳤고 3분기(3~5월)엔 증가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재고도 연말엔 상대적으로 건전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반도체 관련 한국 정부의 지원 논의가 있고, 가장 큰 문제였던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고 있어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괜찮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