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당 선전·선동분야 담당 간부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확성기'가 되라"며 주문한 말이다. 본격적인 춘궁기(春窮期)를 앞두고 식량난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향해 김정은 정권 체제 유지를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성기 역할 다하자"
이어 "아무리 조건과 환경이 어렵고 간고하여도 당의 사상과 노선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당 정책 관철을 제일 생명으로 간직한 인민은 그 어떤 방대한 과업도 능히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풀뿌리를 씹어먹는다", "어렵고 간고한 조건과 환경" 등은 최근 가중되는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7일 "북한 내 아사자 발생으로 인해 체제가 위협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양곡 정책, 유통 과정,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80만t 정도의 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식량난 때마다 "견디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북·중 국경을 통해서 농자재, 식량 등을 소규모로 들이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진다는 첩보가 있지만, 당장 춘궁기를 앞두고 식량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장마당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가운데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는 식의 해묵은 선전·선동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북한 수뇌부의 의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앉혀 대남·대미 스피커 뿐 아니라 내부 결속과 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 부부장은 2019년 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겼다가, 2021년 3월 다시 선전선동부로 복귀한 것으로 담화 등을 통해 확인됐다.
장기화한 경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속에 식량난을 획기적으로 타개할 방법이 없다 보니 간부들을 다그치거나 주민 결속만 강화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언급했던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구호와 관련해서도 인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이 있다. 국가 배급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활동 정신을 끌어와 내부 기강 잡기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1997년 남측으로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비공개 강연 등에서 '식량난과 관련해 소비를 줄이라고 인민을 다그칠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하면 늘 묵살당했고, 그러다 보니 수뇌부도 주민 선전·선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곤 했다"며 "정신력으로 식량난을 버틸 수 있다고 강요하는 행태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전했다.
호화 치장에 "밸 난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월 "지금 주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에 광대뼈만 남고 말이 아닌데, (김주애가) 잘 먹고 잘사는 귀족의 얼굴에다 화려한 옷차림이 텔레비전으로 자주 방영되니 밸이(화가) 나서 참기 힘들다"는 평안북도 한 주민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