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에 따르면 인왕산 산불은 이날 오전 11시53분 부암동 자하미술관 인근 인왕산 6부 능선에서 시작됐다. 불은 축구장 21개 면적인 15ha(헥타르, 약 4만5000평)에 피해를 끼쳤다. 소방당국은 낮 12시51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인력 2458명(소방 437명, 경찰 773명, 군 534명 등)과 헬기 15대, 소방 차량 101대 등이 진화에 투입됐다.
인왕중 대피소에서 만난 개미마을 주민 서모(74)씨는 “경찰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대피하라고 안내해 왔다”고 말했다. 주민 박상기(80)씨는 “부암동 쪽부터 연기가 번지고 있어 겁이 났다. 부랴부랴 배낭에 약·물·옷가지만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 발생 2시간20분 만인 오후 1시20분 산불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한 산림당국은 헬기 18대와 진화 장비 67대, 인력 923명을 투입했지만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국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서부면 중리 일원에서는 순간 풍속 11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오후 7시 기준 화선(火線)은 8.5㎞가량이며, 산불 영향 구역은 350ha 정도다. 산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18채와 축사 3동, 비닐하우스 9동이 탔다. 또 문화재인 사당 1곳에 소실됐다. 마을 주민 108명은 인근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불길이 지나간 곳에는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았고, 바닥은 검은 재만 가득했다. 헬기가 물을 뿌리고 진화대원이 잔불을 정리했지만 정상 부근에서 다시 불씨가 살아나면서 급하게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진화작업이 더뎌지자 불길은 더욱 확산했다.
가까스로 화를 면한 축사에서는 농장주 등 주민이 불길이 다시 살아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한 주민은 “밤에 되면 진화가 더 어려울 텐데 축사가 온전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충남도와 산림청은 야간 진화로 전환한 뒤 밤새 진화작업을 벌였다. 3일 오전 날이 밝는 대로 가용헬기를 총동원해 불을 끌 방침이다.
이날 금산과 대전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낮 12시19분쯤 금산군 복수면 지량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나 인근 요양원 입소자 등 주민 72명이 대피했다. 대전시 서구 산직동 야산에서도 낮 12시18분쯤 불이 나 소방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