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에 따르면 산불은 이날 오전 11시 53분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 인근 인왕산 6부 능선에서 발생했다. 불은 이날 오후 4시 40분까지 축구장 약 21개 크기인 15.2ha(헥타르, 약 4만5980평)에 피해를 끼쳤다. 소방당국은 오후 12시 30분 대응 1단계를, 12시 51분 대응 2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오후 4시 40분 기준 진화율은 70~80%로, 진화 인력 2458명(소방 437명, 경찰 773명, 군 534명 등)과 헬기 15대, 소방 차량 101대 등 121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산불이 다소 진정세로 돌아선 건 이날 오후 5시 8분 쯤이다. 소방당국은 “산불 발생 5시간 15분 만인 이날 오후 5시 8분 초진이 완료돼 대응 단계를 한 단계 하향(2단계→1단계)했다”고 밝혔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부암동 주민센터 앞에 마련된 현장 지휘본부 브리핑에서 “일몰 때까지 화재 진압을 완료하기 위해 종로구·서대문구·은평구 3개구에 걸쳐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헬기로 1차 진화를 하더라도, 사람이 산 위로 올라가 잔불까지 확실하게 잡아야 해서 완전 진화에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이 일어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또 “경찰과 소방이 합동으로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실화·방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산불 원인을 철저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오후 2시 30분쯤 브리핑 현장을 찾았다.
도심에서 일어난 산불로 갑작스레 대피한 개미마을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왕중 대피소에서 만난 개미마을 주민 서모(74)씨는 “경찰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대피하라고 안내해서 나왔다”며 “칠십 평생 이런 꼴은 TV서만 봤지 내가 피난민이 될 줄은 몰랐다. 마음이 떨려서 걷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개미마을 초입에서 만난 주민 박상기(80)씨도 “노인정에 있다가 나와 보니 부암동 쪽에서부터 연기가 차츰차츰 번지고 있었다”며 “겁이 나서 부랴부랴 배낭에 약이랑 물이랑 옷가지만 챙겨서 나왔다. 심장이 떨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전국적으로 38건의 산불이 발생했다(오후 5시 기준). 충남 홍성에서는 대응 3단계에 이르는 큰 불이 발생해 소방당국 등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