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조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서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그 주춧돌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보답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따로 기자들을 만나 안보실장 교체 배경을 둘러싼 ‘보고 누락과 내부 갈등’ 등의 보도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 김 전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 한·미동맹 우선 협력이라는 방향과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외교적 디테일의 가미는 현장 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적합할 수 있다”며 “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왔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대광초 50년 지기 친구’였던 김성한 전 실장만큼 윤 대통령과 인연이 오래되지는 않았다. 외무고시 제14회로 외교부에 입부한 뒤 북미 국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1차관 등을 거친 엘리트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 대사로 발탁됐다.
조 실장의 당면 과제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준비하는 것이다. 그가 첫 출근 일성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 완성을 목표를 내걸면서 “중차대한 시기”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조야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며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루게 될 이슈는 경제 안보 사안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영역이라 조 실장도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실 전열 정비도 숙제다. ‘김성한 전격 교체’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 보고 누락 사태의 저변에는 안보실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 조 실장이 “한마음”·“원팀”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보실장 임명장 수여식에는 김태효 1차장과 임종득 2차장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들도 참석해 윤 대통령, 조 실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투톱 실장’ 체제인 대통령실의 다른 한 축인 김대기 비서실장과는 같은 56년생으로 경기고(71회)-서울대(75학번) 동기다. 조 실장은 정치학과를 나와 외무고시에, 김 실장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김성한 전 실장과 환송 만찬을 가졌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을 비롯한 몇몇 참모들과 함께 서울 모처에서 밤 10시가 다 되도록 함께 식사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도 속에 있는 여러 말씀을 하셨고, 김 전 실장도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며 “김 전 실장이 ‘(사의 표명을)만류하는 말도 들었지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