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막아낸 사측은 방어 논리가 먹혀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달 31일 주총이 열리는 남양유업이 지난 14일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 자산운용의 공세에 맞서 낸 의견표명서의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주주제안자(차파트너스)는 당사의 현재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는 눈앞에 단기적 이익에만 치중하는듯하다.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가가 오르자마자 팔고 떠나는 일명 ‘먹튀’ 행보를 보여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흔든다는 주장에도 함정이 숨어있다. 지분이 많든 적든 주주는 배당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한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 대표가 “주식은 주인에 대한 증표이다. 사측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아니라 주주의 목소리를 듣는 건데 행동주의를 주어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공세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율은 5%를 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주주를 설득해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면 행동주의의 공세는 성공할 수 없다. 방만한 경영, 후진적 지배구조, 대주주의 사익을 위한 내부거래, 인색한 주주환원 등을 해 온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는 이유다. 평소 시장과 꾸준히 소통하고 주주환원과 신규 투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잘 맞춰온 기업이라면 1% 안 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흔들릴 일이 없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못 살겠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그동안 ‘상장의 무게감’을 얼마나 느껴왔는지 돌아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