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명품 대통령은 떠났고 특급 의전 성적표는 신규 매장 유치 여부로 돌아올 전망이다. 신규 매장은 고물가·고금리에도 명품은 줄 서서라도 사는 소비자들에겐 기쁜 소식이다.
이쯤 되면 명품 없는 백화점은 성공할 수 없나 의문이 생긴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MZ세대를 겨냥한 공간 등이 호응을 얻어 1조원 가까운 연 매출을 낸 모 백화점도 명품 브랜드 입점에 열을 올린다. 1인당 명품 소비액(325달러·약 42만원)이 세계 최대(지난해 기준)인 한국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
유통 기업 수장이 ‘영업을 뛰는’ 것 자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지 않나. 진정 아쉬운 건 매출을 주도적으로 일으키기보다 일부 명품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다. 명품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매장을 빼기라도 하면 직격탄을 맞는다. 기업들은 신생 브랜드면서 명품 못지않은 품질을 갖춘 ‘신명품’도 발굴하지만 역시 대다수가 해외 수입 브랜드라 주도권을 뺏길 여지가 있다.
한때 업계에선 한 국내 온라인 패션 스토어가 지난해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돌파, 백화점 업계 1등을 추월한 게 화제였다. ‘백(百)화점을 넘은 만(萬)화점’ 정도로 7000여 개 다양한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소개한 게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한국 유통 대기업도 될성부른 브랜드에 유통 판로를 더 열어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 명품으로 키웠으면 한다. 그래야 K 유통이 당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