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인 새 정부의 저출산 대책
대통령 저출산위원회 직접 주재는 고무적
정부가 제시한 대책 중엔 그나마 이 항목이 수치적으로 구체적인 것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이라고 강조된 사항이 있는데, 연간 결혼 부부의 65%가 정부의 주택 공급 혜택을 보는 현재의 제도를 바꿔 수혜자 비율을 70%로 늘리겠다고 했다. 신혼부부의 65%가 아파트 분양과 저리 대출 등으로 주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정부 통계도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지만, 그것을 5%포인트 늘린다는 게 저출산 대책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대책에는 최근 인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문한 육아휴직 급여 확대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육아휴직 급여(상한 150만원)를 올리지 않으면 생활비 압박 때문에 휴직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문제는 예산·고용 등과 관련된 범정부적 사안이라 논의가 더 필요했을 수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이고, 대통령이 의장인데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게 7년 만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수시로 말했지만, 회의는 아랫사람에게 맡겼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손수 지휘봉을 잡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회의에서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강점인 추진력이 십분 발휘되길 기대한다.
저출산 상황은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국가적 위기이자 난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는 출산율 0.78의 절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문가들과 시민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어제 “현장과의 소통”을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입버릇처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의 릴레이 대책 제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어제 방안은 과감·특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정도로 해결될 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정책 입안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답은 늘 현장에 있다. 정부의 심기일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