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부 무력화 입법’ 연기…BBC “불안한 평온”

중앙일보

입력 2023.03.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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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 정비 입법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시민 약 20만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약 석 달에 걸친 폭주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번 개혁안을 ‘사법부 무력화’라며 반대해 온 야권 일각과 이스라엘 내 혼란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입법 중단이 아닌 연기인 데다가 사법 정비에 대한 여야의 견해 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한때 사법 정비 입법이 중단될 경우 연정 탈퇴 의사를 밝히는 등 연정 불안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대국민 연설에서 “사법 정비 입법 절차를 의회 휴회 이후로 연기한다”며 “내전을 피하기 위해 대화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법 절차는 유월절(4월 5~13일)을 전후로 한 휴회 후 5월 초 시작되는 다음 회기에 재개될 전망이다. 사법 정비안에 반대하며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던 회원 80만 명의 이스라엘노동자총연맹은 총파업을 철회했다.
 
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연기 결정을 반기며 정부와의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타협을 위한 추가적인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기회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BBC는 “불안한 평온”이라며 “시간 벌기 이외에 달성할 수 있는 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