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면 사살, 등 뒤 독전대 있다"…러 강습부대 생존자 폭로

중앙일보

입력 2023.03.28 18:03

수정 2023.03.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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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대 운용 비판하는 러시아 강습부대 생존자들. 사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러시아군 지휘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병사들이 후퇴하지 못하도록 옛 소련식 '독전대(barrier troops)'를 운용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아군을 즉결처형해서라도 후퇴를 막는 독전대는 전근대 시절 전쟁에 주로 쓰였으나, 나치 독일과 옛 소련 등은 2차 대전까지도 이런 부대를 운영해 악명을 떨친 바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는 러시아군 강습 부대 생존자들이라고 주장하는 군복 차림 남성 20여명이 등장하는 영상이 공유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이 영상에 등장하는 병사 알렉산데르 고린은 "우리는 14일간 박격포와 야포 포화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전체 161명 중) 지휘관을 포함해 22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대는 후퇴를 결심했지만 상부는 이를 불허했다고 한다.
 
고린은 "그들은 우리 뒤에 독전대를 배치하고 위치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했다"며 "그들은 우리를 한명씩 혹은 부대째 처분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들은 범죄적인 지휘 소홀의 증인으로서 우리를 처형하길 원했다"고 주장했다.


강습 부대 생존자들은 또 지휘관들에게 돈을 상납하지 않으면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토로했다. 병사 세르게이 몰다노프는 "우리 지휘관들은 범죄조직"이라며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영상에 등장한 병사 일부의 신원을 확인해 접촉을 시도했고, 이 중 3명으로부터 실제로 강습 부대 소속이 맞고 영상에 나온 내용도 사실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겨울 공세에 참여할 강습 부대를 창설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방어 구역도 돌파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습 부대 구성원 다수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했던 참전용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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